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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쉼] 선상 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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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캐리비언 크루즈 '플로 라이더 (Flow Rider)'

크루즈는 여행자들의 마지막 '로망'이다. 평생 모은 돈으로 일생에 한번 크루즈 여행을 꿈꾼다는 은퇴자들이 많다.

하지만 요즘엔 크루즈 여행 연령대가 낮아졌다. 크루즈 시장은 미국 회사와 이탈리아로 대표되는 유럽 회사가 양분하고 있다.

유럽 크루즈들은 지중해와 이탈리아 스타일의 고급스런 음식, 세심한 인테리어와 서비스가 자랑이다.

반면 미국 크루즈는 스케일과 화려한 오락 시설을 뽐낸다.

유럽 최대 크루즈 회사인 'MSC 크루즈'와 미국 최대 크루즈 회사인 '로열 캐리비언'의 최신 크루즈를 직접 경험해 봤다.

미국은 …로열캐리비언 크루즈 / 리버티 오브 더 시즈호

세로로 세우면 102층 빌딩 높이 … 세계 최대

크루즈 여행은 무척이나 지루할 거라고 믿는 이들이 꽤 있다. 좁은 배 안에서 하루 종일 뭘 하겠느냐는 거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유람선인 '리버티 오브 더 시즈 (Liberty of the Seas)'에 오르는 순간, 이런 생각은 싹 달아난다. 지난달 초 마련된 2박3일의 특별 크루즈 투어는 미국 뉴저지 베이언 항에서 출발했다. 유람선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벤트였다.

리버티 오브 더 시즈호의 초호화 선상 수영장

승객 4300여 명에 승무원 1300여 명

승선 시간에 맞춰 항구에 도착하자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운 흰색 배가 시야를 사로잡았다. 길이 339m, 높이 56m에 규모는 16만t. 버스 28대를 나란히 세워놓은 만큼 길다. "배를 세로로 세워 놓으면 102층짜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엇비슷하다"는 게 유람선 운영회사인 '로열 캐리비언 (Royal Caribbean)' 측 설명이다. 총 탑승객 인원은 4300여 명으로 1300여 명의 승무원이 이들을 위해 일한다고 했다.

오전 11시 반, 승선 카드를 받고 배에 오르자 놀라운 세상이 펼쳐졌다. 가장 놀라운 것은 배가 15층이나 된다는 사실이었다. 기관실인 1.2층을 제외하고 3층부터 10층까지는 객실과 주 연회장.상점 및 안내데스크 등이 자리 잡고 있다. 11층부터는 바, 뷔페 레스토랑 및 수영장.농구장 등 각종 편의 시설이 들어차 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5층에 자리 잡은 '로열 프로미나드 (Royal Promenade)'. 배 한복판에 꽤 널찍한 길을 만들어 놓고 양쪽에 커피숍, 옷가게, 기념품점 등 각종 상점을 배치해 유람선이 아닌 쇼핑몰에 온 듯한 착각마저 일으키게 했다.

배 위에서 타는 인공 파도 서핑

크루즈 여객선은 보통 '떠다니는 리조트'로 표현된다. 선상 수영장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며 새로운 여행지로 옮겨다닐 수 있는 '느긋함' 때문이다. 여기 더해, 최첨단 기술과 거대한 스케일이 결합된 '리버티 오브 더 시즈' 같은 초대형 유람선에 승선하면 크루즈의 또 다른 매력을 실감하게 된다. 땅 위에서도 쉽게 접하기 힘든 다양한 레저와 엔터테인먼트를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유람선이 가장 자랑하는 시설은 13층에 자리 잡은 '플로 라이더 (Flow Rider)'. 크루즈 업계에서는 최초로 도입했다는 인공 파도타기 기구다. 길이 12m, 폭 10m의 비스듬한 바닥에 세찬 인공 파도를 흐르게 한 뒤 이 위에서 서핑을 즐기도록 했다. 암벽 등반.농구.미니 골프 등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갖춰져 있다.

리버티 오브 더 시즈(Liberty of the Seas)호

바다에서 스케이팅 즐기는 맛

스포츠가 낮의 여흥이라면 밤에는 다채로운 쇼가 눈을 즐겁게 한다. 배 안에는 극장과 함께 아이스링크까지 구비돼 매일 밤 화려한 무대를 선보인다. 아이스링크의 경우 낮에는 승객에게 공개돼 바다 위에서 스케이팅을 즐기는 이색적인 경험도 할 수 있다. 카지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크루즈의 묘미 중 하나다. 배가 항구를 떠나자 4층에 마련된 '카지노 로열'은 찬란한 빛을 발하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장처럼 슬롯 머신에 포커.룰렛까지 없는 것이 없다.

선상 결혼식 갈수록 인기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유람선에서 치러지는 특별한 행사가 있다. 선상 결혼식이다. 많은 커플이 유람선 꼭대기층에 마련된 작은 예배당에서 백년가약을 맺는다. "신랑 신부와 함께 결혼식 하객들도 함께 크루즈를 즐길 수 있어 갈수록 인기"라고 담당 직원이 설명했다.

▶MSC 오케스트라(Orchestra)호

-선사(船社) : 로열 캐리비언(미국) / 16만t급 / 길이 339m / 높이 15
층 / 승객 4300여 명 / 객실 1817개
-시설: 파도타기 풀, 수영장, 암벽 등반장, 아이스링크, 공연장, 헬스
클럽, 바, 미니골프, 유아놀이터, 카지노, 예식장, 쇼핑몰

뉴욕=남정호 특파원

사진 제공=로열캐리비언 크루즈 한국사무소

유럽은 …이탈리아 MSC 크루즈 / 오케스트라호 …5성급 호텔 서비스 + 쇼쇼쇼

이탈리아 MSC 크루즈 썬베드

엔니오 모리코네의 선율을 타고 첫 항해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달려 왔다. 창밖으로 소떼와 말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이탈리아의 전원 풍경이 스쳐간 뒤 지중해 쪽빛 바다가 펼쳐졌다. 로마에서 50㎞ 떨어진 치비타베치아 항구다. 8만9600t짜리 거대한 흰색 배가 항구에 다소곳이 정박해 있다. 이날 밤 진수식을 한 뒤 고객을 태우고 처녀 항해를 할 이탈리아 MSC 선사의 새 크루즈 선박 'MSC오케스트라'호다. 진수식에는 이탈리아가 낳은 월드 스타 두 명이 주연으로 나섰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지휘하는 선율 속에서 흰색 배에 색색의 조명이 어우러졌다.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 속에 당대의 톱스타 소피아 로렌이 테이프를 끊자 샴페인이 뱃머리에 작열했다. 불꽃놀이가 치비타베키아 항구의 밤을 낮처럼 밝혔다.

색다른 문화 체험 … 드레스 대신 한복 '시선 집중'

진수식이 끝나고 하루 뒤 지중해의 석양을 뒤로 한 채 MSC오케스트라는 300여㎞ 떨어진 고항(古港) 제노아를 향해 처녀 항해를 시작했다. 고객들이 선호하는 방은 발코니가 딸린 객실이다. 통유리를 통해 침대에 누워서도 보이는 바다는 날씨와 상관없이 낭만적이다.

크루즈엔 따라야 할 몇몇 규칙이 있지만 이 역시 색다른 문화 체험이다. 항구에서 체크 인을 하면 바코드가 찍힌 승선 카드를 1인당 하나씩 받는다. 카드엔 승객의 이름과 방 번호, 머스트 스테이션(배 옆에 달린 커다란 탈출 구명보트) 번호가 표시돼 있다. 승선 뒤 사이렌이 울리면 객실 안에 있는 구명조끼를 입고 지정된 머스트 스테이션으로 가 10여 분간 안전교육을 받는다.

승선 카드엔 또 각자 지정 받은 레스토랑 이름과 테이블 번호가 적혀 있다. 뷔페를 먹을 때 외에 정찬 레스토랑에 갈 때, 그리고 선장이 주최하는 갈라 디너가 열릴 때는 이 지정 레스토랑으로 간다. 항상 같은 자리에 앉기 때문에 같은 테이블에 앉는 승객들, 담당 웨이터들과 금세 친해진다. 갈라 디너 때는 남자는 턱시도, 여자는 이브닝 드레스가 필수다. 한껏 멋을 낸 승객들의 차림새를 감상하는 것도 크루즈 여행의 또 다른 흥밋거리다. 드레스가 없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한복을 준비하면 외국 승객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인기 스타가 될 수 있다.

MSC 오케스트라(Orchestra)호

이탈리아식 진수성찬에 영화.뮤지컬.댄스.재즈 …

크루즈에서의 하루는 놀랍도록 빨리 간다. 진수성찬 때문에 늘어날 몸무게가 걱정된다면 통유리로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에 몰두한다. 요가나 에어로빅도 배울 수 있다. 비키니를 입고 썬베드에 누워 지중해 하늘을 보며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나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시켜 먹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풀장 앞 대형 화면에선 영화를 상영한다. 오후의 지중해 바람이 서늘하게 느껴지면 따뜻한 자쿠지에 몸을 담근다.

저녁 식사 뒤엔 매일 공연이 펼쳐진다. 줄타기 묘기와 함께 어우러진 셀틱 댄스(아일랜드). 시시각각 바뀌는 조명과 탄력있는 몸매의 남녀 무용수들이 펼쳐 보이는 절도 있고 우아한 움직임이 돋보인다.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춤 장면을 연상시키는, 유럽의 감성이 느껴지는 무대다. 크루즈의 밤은 쉬 지지 않는다. 삼성 PDP TV 30여 대가 마룻바닥 대신 무대에 깔려 있는 디스코장 시설에 입이 떡 벌어진다. 춤을 추다 지치면 재즈 공연 또는 현악 4중주, 피아노 연주 등 음악과 분위기에 따라 좋아하는 바를 골라 간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어떤 기항지가 기다리고 있을까. 낯선 장소에 대한 설렘이야말로 크루즈의 밤을 더욱 들뜨게 하는 묘약이다.

▶MSC 오케스트라(Orchestra)호
-선사(船社): MSC크루즈(이탈리아) / 8만9600t급 / 길이 294m / 높
이 13층 / 승객 3000여 명 / 객실 수: 1275개
-시설: 수영장 2개, 자쿠지 4개, 미니 골프, 테니스장, 조깅 트랙, 유
아 놀이장, 사우나, 스파(마사지실), 영화관, 인터넷 카페, 디스코
장, 영화관, 레스토랑 5개, 헬스장, 미용실, 바 11개, 쇼핑센터, 대공
연장 등.MSC

이탈리아=최지영 기자

사진 제공=MSC 크루즈

여행정보

■크루즈 여행 제철은 언제:서지중해는 6~10월, 동지중해는 4~11월. 카리브해 크루즈는 1년 내내. 알래스카나 북유럽은 여름이 제철.

■배는 어떻게 고르나: 배가 5성급 이상인지 확인한다. 총 몇 t인데 몇 명의 승객이 타는지, 1인당 면적은 어떤지 살펴야 한다.

■예약은: 크루즈월드(www.cruiseworld.co.kr), 로얄크루즈 한국사무소(www.royalcaribbean.co.kr) 같은 여행사를 통해 항공편, 항구까지의 현지 교통편, 배에 함께 타고 모든 안내를 해주는 가이드 서비스를 일괄 예약할 수 있다. 가이드는 일행이 많아야 합류 가능. 항공+크루즈만 예약하면 1인당 80만원 정도 가격이 싸진다.

■일찍 예약해야 유리: 수개월 전 예약하면 할인이 된다. 모든 크루즈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최소 2주전 객실이 동난다. 객실은 창문 없는 방, 창문 있는 방, 발코니가 있는 방, 발코니 스위트 등으로 나뉘는데 등급별로 1인당 3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기항지 관광: 출발 전 예약하거나 배 타자마자 크루즈 안의 관광 안내센터에 가서 팸플릿을 보고 예약한다. 전일 관광(8~9시간)과 반일 관광으로 나뉜다. 비용은 전일은 80~90유로. 반나절은 40유로 정도.

■유럽 선사와 미국 선사의 차이점: 유럽 크루즈는 서비스가 더 우아하고 세심한 대신 추가요금을 내야 하는 항목이 많다. MSC 크루즈의 경우 건식 사우나, 터키식 스팀 사우나, 마사지 등 스파 시설은 따로 돈을 받는다. 뷔페에 갖춰져 있지 않고 따로 시켜 먹는 음료수나 정찬 레스토랑에서 시켜먹는 광천수, 알콜 음료도 추가 요금을 낸다. 미국 크루즈는 24시간 룸서비스에서 간단한 샌드위치나 쿠키 정도를 무료로 주지만 유럽 선사는 이 역시 추가 요금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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