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위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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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즘 우리 주위에서 암으로 죽어 가는 사람이 많다. 최근 경제기획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 첫 번째가 암이라 한다. 암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흔한 것이 위암이다. 일본이나 남미의 칠레·콜롬비아, 북구의 핀란드·아일랜드에도 위암이 많다.
위암이 많은 이들 민족을 조사해보면 짜고 매운 음식, 소금에 절인 채소나 생선, 불에 직접 태워 익힌 고기, 훈제생선을 즐겨 먹으며 질산염 성분이 많은 식수를 마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유전적 요인도 무시 못한다. 위암환자의 2세는 위암발생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3∼4배 높아 주의를 요한다. 50세 이후의 장년기에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며 남자가 여자보다 2배정도 흔하게 나타난다.
위암에 걸려도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이 보통이며 가벼운 소화불량·속쓰림·식욕부진 등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나 위염을 의심할 정도의 증상이 있을 뿐이어서 가볍게 넘겨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년기에는 이런 하찮은 증세라도 2∼3주 이상 이유 없이 지속되면 반드시 위 검사를 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암은 내시경검사나 방사선 검사로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이중 내시경검사는 위벽의 색깔변화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병변이 아주 작거나, 융기나 결손부위가 심하지 않더라도 암을 쉽게 찾아낼 수 있어 방사선 검사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더군다나 조직을 떼어내어 병리검사를 할 수 있어 위암진단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위암이 초기, 즉 점막층이나 바로 아래층인 점막하층에 국한돼 있을 때를 소위 조기위암이라 한다. 조기위암은 완치가 가능한 암이다. 위암이 위벽 전체를 먹은 진행성 위암에 비해 조기위암의 예후는 놀랄 정도로 좋다. 진행성 위암의 경우 수술이 잘 됐다 하더라도 5년 후에 살아남을 확률은 25∼30%밖에 안되나 조기위암의 경우는 90%이상이 살아남아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필자가 일하는 병원에서 1년에 5백∼6백 예의 위암환자가 수술을 받게되는데 이중 4분의1정도가 조기위암이다. 위암의 근원적 예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현재로서는 위암을 조기에 찾아내 병소를 잘라버리는 것만이 완치방법이며 2차적 예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위암이 생기기 시작해 우리 눈에 보이게 될 때까지는 2년∼2년 반이 걸린다고 한다. 40대 이후부터 2∼3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위 내시경검사나 방사선 검사를 받는 것만이 위암을 조기에 찾아내 완치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것을 재삼 강조하고 싶다. <송인성><서울대의대 교수·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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