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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열쇠 쥔 김경준 미국 수감 중 … 서울 언제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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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연루됐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문회사 BBK의 대표 김경준(42)씨는 현재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법무부가 2004년 1월 미국 정부에 "김씨를 송환해 달라"며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재미교포인 김씨는 1999년 BBK를 설립한 뒤 회사 돈 380억원을 빼돌려 2001년 말 미국으로 도주했다. 당시 회사 소액주주들은 김씨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에선 김씨가 국내에 없어 기소중지한 상태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이 BBK의 공동 대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김씨에게 투자한 뒤 손해를 본 피해자"라고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전 시장과 관계를 밝혀줄 김씨의 서울 송환 여부가 대선 정국의 중요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미 법원서 재판 중=김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서 인신보호 재판을 받고 있다. 6일 법무부에 따르면 김씨는 2004년 5월 LA의 고급 주택단지인 베벌리힐스의 자택에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뒤 2006년 10월 LA 지역 연방법원에서 한국으로 송환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김씨는 곧바로 국내로 돌아오지 않았다. 현지 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씨가 법원에 '인신보호 청원'을 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신보호 재판 1심에서 패소한 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원의 범죄인 인도결정이 있더라도 당사자가 인권침해 등 이유로 인신보호 청원을 할 수 있는 것이 미국의 사법제도"라며 "인신보호 재판도 3심제로 운영돼 구체적으로 언제 재판이 끝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횡령 혐의받다 미국 도피=김씨는 이 전 시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재미 교포 변호사 에리카 김(44.여)의 친동생이다. 1974년 미국으로 이민 간 김씨는 코넬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대학(경제학 석사)을 거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모건스탠리 등 유명 증권사에 근무하기도 했다.

귀국해 BBK를 설립한 김씨는 2001년 옵셔널벤처코리아로 이름을 바꾸고 외국 기업에 인수합병(M&A)된다는 설을 퍼뜨려 주가를 급등시켰다. 하지만 BBK에 50억원을 투자한 ㈜심텍이라는 회사가 2001년 11월 "30여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김씨와 이 전 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고소당한 김씨는 한 달 뒤 위조 여권을 이용해 미국으로 도피했다. 심텍 측은 "이 전 시장의 말을 믿고 투자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이 전 시장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2002년 3월엔 소액주주 27명이 김씨를 횡령과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유령 회사에 투자하는 방법 등으로 공금 384억여원을 개인 빚을 갚는데 쓰고, 외국으로 빼돌렸다는 것이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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