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메리야스' 만든지 벌써 6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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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평안섬유 김세훈(右) 회장과 김형섭 사장부자. 2.3세 경영인인 이들은 독립문표에 이은 PAT 브랜드를 키워 세계적인 명품 의류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독립문.PAT 브랜드로 유명한 평안섬유가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 출신인 고 김항복 창업주가 1947년 서울 초동에서 가내 수공업 형태로 '메리야스'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회사의 시초이다.

평안북도 정주가 고향인 김항복 창업주는 고당 조만식 선생의 제자로, 12년간 평양 숭실전문학교 교장을 지내는 등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해방 이후 북한에 공산정권이 들어서자 남으로 내려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메리야스 공장을 차렸다. 독립운동을 하면서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그는 형무소 앞에 세워져 있던 독립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메리야스에 '독립문표'를 붙였다.

50~60년대 메리야스 업체는 60~70개에 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평안섬유는 다른 회사보다 원단을 두껍게 짜서 속옷의 내구성을 높이고, 라디오 광고를 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60년대에 스웨덴.네덜란드 등 해외로 수출했고, 20대 수출기업으로 꼽힐 정도로 국내 대표적인 섬유기업이 됐다. 평안섬유는 80년 오일쇼크와 내수 부진을 겪으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18년만인 98년말 회사가 정상화됐다. 이 기간을 거치면서 직접 생산을 접고, 아웃소싱을 통한 디자인 회사로 전환했다. 2000년대 들어선 매년 20% 이상씩 고속성장을 하고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851억원, 8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김 회장의 장남으로 3세 경영인인 김형섭(47)사장은 "법정관리를 받았다는 것은 사회에 빚을 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속적으로 성장해 앞으로도 60년을 넘어 200년 가는 섬유 전문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PAT 브랜드는 고급 원단을 쓰고, 제품의 70%를 한국에서 만들 정도로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이제 품질에서는 자신있는만큼 앞으로는 디자인을 강화하고 브랜드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김세훈 회장과 김형섭 사장은 5일 서울 광장동 W 호텔에서 평안섬유 6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세계화와 현지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혁신을 통해 2020년까지 PAT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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