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지구,갈림길에서다] 가이아는 숨쉬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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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제 2부
CO2 전쟁
2 세 거인의 샅바싸움
3 담장 위에 선 한국
5 유엔이 움직인다
7 방귀에 세금?

FROM:Gaia
TO:Mankind

 여러분 잘 지내시나요. 저는 ‘가이아’입니다. 마치 제가 저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것 같아 쑥스럽네요. 여러분도 지구에 사는 동식물과 더불어 저의 일부니까요. 오늘은 좀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하렵니다. 제가 몸이 뜨거워 힘이 듭니다. 하루가 다르게 사막이 넓어지고 숲은 줄고 있어요. 암세포가 여러분을 병들게 하는 것처럼 여러분도 내 몸을 할퀴고 있어요. 지구가 생긴 지 46억 년이 지났지만 요즘 같은 때는 없었어요.

 전문가들은 체온이 2도 더 오르면 저는 회복불능 상태에 빠진다고 합니다. 기후 균형이 무너져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시베리아 동토층에 갇혀 있던 온실가스인 메탄도 뿜어져 나올 거랍니다. 이렇게 되면 온도는 더 빨리 올라갑니다. 생물이 사라지고 어느 순간이면 저도 버틸 수 없게 되겠지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0.045%(450ppm) 이내로 잡아두면 된답니다. 그러려면 여러분이 매일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줄여야 합니다. 늦어도 2015년부터는 줄어들어야 합니다. 8년밖에 시간이 없는 셈이지요. 생물이 사라지면 지구는 금성이나 화성처럼 변할지도 몰라요. 너무 뜨겁고 너무 차가운 별…. 산소가 없는 별….
 지구가 그렇게 되길 바라시나요.

 8년….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랍니다.

☞가이아(Gaia)=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이름입니다. 영국의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자기조절 기능을 갖춘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라는 뜻에서 지구 생태계를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와 생명체가 진화하는 오랜 과정에서 산소를 내놓고 이산화탄소를 줄여 금성ㆍ화성과는 다른 공기 성분을 만들었기 때문에 다양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기후를 갖추게 됐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몽골 고비사막의 모래언덕에 바람이 물결 모양의 흔적을 남겨 놓았다. 지구 온난화와 벌목으로 인해 땅이 건조해지고 사막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서 남한의 여섯 배가 넘는 65만㎢가 사막화됐고 최근에는 해마다 남한 면적 만큼의 땅이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

몽골=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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