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년 걸린 세리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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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골프 여왕' 박세리(30.CJ.사진)가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에서 명예의 전당 가입 자격을 얻는다. 7일 밤(한국시간) 메릴랜드주 하브드그레이스의 불록골프장에서 개막하는 LPGA챔피언십은 1955년 시작된 LPGA 투어 4개 메이저 대회 가운데 하나로 총상금 200만 달러가 걸려 있다.

박세리는 1라운드를 마치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는 순간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게 된다. 2004년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포인트(27점)를 모두 채운 박세리는 '현역으로 10시즌 동안 활동해야 한다'는 조건만 남겨둔 상태다. '연간 10개 대회를 치르면 한 시즌을 활동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입회 규정에 따라 시즌 열 번째 대회인 LPGA챔피언십에서 10시즌을 채우게 된다.

98년 미국 땅을 밟을 때부터 목표로 내걸었던 명예의 전당 입회를 확정짓는 대회로 LPGA챔피언십을 선택한 것은 박세리가 이 대회와 맺은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신인이던 98년 L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하며 박세리라는 이름 석 자를 세계에 알린 대회인 LPGA챔피언십은 2006년 기나긴 슬럼프를 끊어내는 부활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모두 다섯 개에 이르는 박세리의 메이저대회 우승컵 가운데 세 개를 이 대회에서 수확했다. LPGA 투어도 명예의 전당 입회 확정을 축하하기 위해 1라운드가 끝난 뒤 캐럴린 비벤스 커미셔너가 직접 참가하는 특별 기자회견을 연다.

그러나 박세리는 명예의 전당 입회 확정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기왕이면 우승컵을 치켜들겠다는 각오다. 올 들어 네 차례나 '톱10'에 올라 예전 기량을 서서히 되찾아가고 있는 박세리가 다시 한번 LPGA챔피언십을 제패하면 미키 라이트가 갖고 있는 이 대회 최다승(4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지만 박세리의 우승을 장담하기엔 경쟁자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4일 끝난 긴 트리뷰트대회에서 연장전 끝에 준우승 한 세계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설욕을 벼르고 있고 박세리와 함께 이 대회 3승을 올린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재기를 노리고 있다. 지난달 셈그룹 챔피언십 우승으로 기세가 오른 김미현(30.KTF)도 자신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수확하기 위해 샷을 가다듬고 있다.

성호준 기자

◆명예의 전당이란=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명예의 전당은 1967년 설립됐다. 현재 선수 출신 22명과 공로자 1명이 가입돼 있다. 가장 최근 가입한 선수는 2005년 이름을 올린 카리 웹(호주)이다.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현역 선수의 경우 10년(10시즌) 동안 현역 선수로 뛰어야 한다. 또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하거나 시즌 최저타를 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베어 트로피 또는 올해의 선수상을 받아야 한다. 이들 조건을 채운 선수 가운데 27포인트를 얻어야 한다. LPGA 투어 대회 우승은 1점, 메이저 대회 우승은 2점이 주어지고 베어 트로피(시즌 최저 타수상) 또는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에게는 각 1점이 부여된다. 박세리는 메이저 대회 5승(10점), 투어 대회 18승(18점), 그리고 2003년 베어 트로피 수상(1점)으로 27포인트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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