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YS 「탈당후의 관계」조율/독대 2시간30분… 무슨얘기 오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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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기부장 교체싸고 이견 보여/민주선 「보이지 않는 거래」경계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민자당총재의 2일 청와대 만찬회동을 시작으로 중립내각 구성을 위한 청와대와 정치권의 의견조율 작업이 본격화 되고 있다.
2시간30분동안의 이날 단독회동에선 총리인선과 개각폭이 논의됐고 노 대통령의 탈당에 따른 새로운 당정관계도 모색되는 등 깊숙한 얘기가 오갔다.
○…김 총재는 회동직후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와 『3당 영수회담의 합의대로 내각구성 문제는 대통령 고유권한이므로 대통령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내각을 구성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분위기는 대단히 좋았다』고 했을뿐 회담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김 총재 측근들도 김 총재가 총리인선과 관련한 「서류봉투」를 갖고가지 않았으며 개각문제에 관해서는 10∼20분 이상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 총재는 노 대통령의 탈당선언으로 이미 자신이 주장했던 선거관리 중립내각 구성의 취지는 달성됐다고 보고 개각은 노 대통령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는 총리인선과 관련,국민적 신망을 갖고있는 인사의 총리기용이라는 정치권 협의사항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총리후보감으로 거명되고 있는 현승종교총회장·이홍구주영대사·강영훈 전총리·이회창대법관·이한빈 전부총리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치권이 요구하는 안기부장 경질에 대해 노 대통령이 업무파악에만도 6개월이 넘는 이 자리의 특수성을 강조,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국민정서를 전폭 수용할 수 있는 인사의 총리임명을 통해 중립의지를 내외에 천명할 수 있고 이로써 정치권도 양해할 수 있지 않느냐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연기군 사건도 있는만큼 교체가 불가피 하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며 김대중민주·정주영국민당 대표가 양해한다면 노 대통령의 입장을 따를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청와대와 김 총재 참모들이 비공식적으로 전하는 추론수준에 불과하다.
노·김 두사람은 2시간30분에 걸친 이날 회동을 아무런 배석자 없이 진행했는데 회동 후에도 참모들에게 직접 설명을 않고 일절 함구하기로 했다는 것.
이러한 회동 형식과 회동이 이뤄진 정국상황과 관련,일각에선 이날 요담의 핵심은 노·김 양자간의 새로운 협력관계 설정이었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립내각 구성원칙·방향에 대해선 이미 다각적인 접촉·대화를 통해 의사가 충분히 전달돼온 만큼 새삼 2시간반씩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며 9·18선언 이후의 양자간 협력문제가 초미의 현안일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다.
특히 9·18선언으로 정치적 위상제고와 함께 운신폭을 넓히고 있는 노 대통령과는 달리 범여권 균열로 애를 먹고 있는 김 총재로선 「내밀한」동반자 관계의 재건이 화급한 과제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노 대통령은 자신이 「아직도」민자당 당원이며 3당합당을 통해 김 총재와 정치적 행로를 같이해온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김 총재의 우려를 덜었을 것으로 당쪽에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일절 함구하면서 12월 대선의 공명한 관리를 위한 중립내각 구성 이외에는 별다른게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대중·정주영대표와의 회동을 앞두고 또 이번에도 위장중립 가능성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시선도 고려해야 하는 청와대측이 설령 양자관계에 모종의 언질이 있었다 한들 그것을 말할 입장이 아닐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민자당측은 노 대통령은 이날 낮 광양제철소 4기고로 준공식에서 박태준최고위원과 30분간 단독요담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여권 내부의 정리방안도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노­김 회동에서 김영삼총재가 노려온 노­김 내연관계의 복원이 이루어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각종 채널을 활용해 회동결과를 탐문했다.
김대중대표는 3일 오전 동교동 자택에서 최고위원 등과 함께 이에 관해 정보와 평가를 교환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홍사덕대변인은 동교동 모임 결과에 관해 『김영삼총재가 천장을 쳐다보고 얼굴이 굳어있는 텔리비전 화면이 화제에 올랐다』고 말해 김 총재가 별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김대중대표가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모 핵심당직자는 『노 대통령이 3당을 등거리에 두고 정치적 조정력을 발휘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김영삼총재는 민자당과의 밀월을 노 대통령에게 직간접으로 요청했을 것이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과 김 총재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래」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김현일·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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