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대역사 마무리의 의미(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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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4반세기에 걸쳐 계속되어 왔던 포항제철의 대역사가 끝났다. 광양제철소 제4기 설비가 준공돼 포철의 조강생산 능력은 연2천1백만t으로 세계 제3위의 철강회사로 자리를 굳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철강 자급률은 90%로 높아졌으며 명실상부한 철강대국으로 발돋움 하게 되었다.
「철은 국가다」라는 말에서 나타나듯 철강산업은 국력평가의 기준이며 한나라의 발전을 지탱해주는 핵심 소재산업이다. 무자본 무경험 무기술 등 가장 악조건에서 출발한 우리나라의 철강산업이 오늘의 초고속 성장을 보게된 것은 3공화국에서부터 이어졌던 정부의 도전적인 경제개발 계획과 포철의 강인한 기업정신으로 가능했다. 그 과정에서 중화학공업의 과잉투자에 따른 타산업의 상대적인 투자위축이 국민경재의 균형적 발전을 저해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으나 안정적인 철강재의 공급으로 자동차와 가전제품 및 조선,컨테이너 부문의 내수와 수출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을 결코 간과할 수는 없다.
포철의 종합준공을 계기로 경기호황에서 침체로 순환과정을 밟고 있는 우리나라 산업의 전략적인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60년대초 이후 매년 10% 이상의 고성장을 이룩해 왔던 제조업의 경제성장 주도력이 약화되었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21세기의 초입에서 아시아의 다른 신흥공업국에 비해 큰 격차로 뒤처지게 될지도 모른다.
세계 각국이 한국경제를 연구할때 가장 대표적인 산업으로 다루는 분야가 철강과 반도체다. 당초 세계은행마저 일관실비공사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고 가까이는 일본이 견제세력으로 등장했었다. 그러나 이 2개의 산업분야가 오늘의 한국산업에서 지주역할을 하게 된 것은 불굴의 기업정신과 선견력,그리고 정부의 정책적 배려라는 3박자가 맞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제조업은 왜 흔들리고 있는가,어째서 기업인들은 제조업을 기피하며 설비투자는 계속 감소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번져있다. 정권교체기일수록,그리고 경기가 하강국면을 맞을수록 제조업 부문의 재도약 운동이 필요하다. 제조업이 다시 활기를 찾기 위해서는 정부가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정치인들이 세계적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국가 기간산업일수록 확고한 경영체제가 짜여지도록 산업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들 산업들은 경기순환 과정의 정점에 섰을때 정부정책과 경영방침이 어떠냐에 따라 왕자가 되기도 하고 거지가 되기도 한다.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핵심부품과 중간재를 개발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의 구조고도화를 추진하자면 경제성장의 원천인 제조업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기존 중화학 공업의 변신도 과감히 시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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