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밖] '당신 목소리는 내 청춘' 국내에서도 뜨거운 자드 추모 열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달 26일 자궁암으로 입원 중이던 도쿄 게이오 대학병원 계단에서 넘어져 40세의 나이로 사망한 일본의 인기가수 사카이 이즈미(사진). 국내에서는 그가 보컬로 활동했던 원맨 밴드 '자드'로 더 많이 기억된다.

장례식은 사흘 뒤 치러졌다. 그는 영원히 팬들의 곁을 떠났지만, 소속사 사무실에 마련된 헌화대에는 하루에만 1000여 명의 팬이 찾는 등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일본 전역의 음반판매점에서 자드의 CD가 동나고, 음반사에는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27일 도쿄 아오야마 장례식장에선 팬을 위한 음악 장례식도 열린다.

추모 열기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자드 베스트 음반의 재고가 바닥났다. 온라인 음반매장은 물론 오프라인 음반매장에서도 그를 추모하는 기획전을 마련했기 때문. 씨앤앨 뮤직의 류진현 과장은 "주문이 폭주해 라이선스 음반은 국내에서 찍고, 다른 음반은 수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는 물론 팬클럽 사이트에도 추모글이 밀려들고 있다.

'당신의 목소리는 나의 청춘이었다'는 어느 팬의 추모처럼 이즈미는 1990년대의 표상이었다. 섬세한 멜로디 라인에 어울리는 따뜻한 보컬, 들을수록 가슴에 스며드는 시적인 가사가 대한해협을 건너 한국 팬들까지 사로잡았다. 레이싱걸 출신의 빼어난 외모는 그의 음악의 깊이에 비하면 부수적인 것이었다. 방송 출연 등에 눈 돌리지 않고, 15년간 음반 작업과 콘서트에만 집중한 고집은 신비감마저 들게 했다. 15년간 싱글 42장과 앨범 18장 발매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그의 삶은 음악 그 자체였다.

특히 한국 팬들의 아쉬움이 더하다. 그는 한 번도 내한 공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즈미가 평소 한국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에 조만간 내한 공연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가 국내 팬들에게 남긴 마지막 흔적은 지난해 베스트앨범을 발매하며 보내온 메시지. "15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해왔습니다. 이것은 음악의 신이 내게 주신 시련이자 보물입니다."

음악을 시작하던 때 그룹 '샤데이'의 라이브 공연을 보며 "장르에 집착하기보다 관객이 원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깨달았다는 이즈미. 청초한 아름다움과 대단한 열정을 남기고 떠난 그는 영원히 늙지 않는 가수로 기억될 게 분명하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