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직정안<24>"거리 다니며 「첨단유행」창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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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액세서리 디자이너 김기창씨(23)는 길거리나 시장바닥에서 「일」을 시작한다. 여성들의 발길이 잦은 곳, 예컨대 서울 남대문시장이나 대형 백화점 앞 같은 곳은 김씨에게 더없이 좋은 작업공간이다. 김씨는 이곳에서 여성들의 옷차림새· 핸드백· 귀고리· 팔찌· 목걸이등 머리에서 발끝에 이르기까지 몸에 부착된 것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뚫어져라 쳐다본다.
『액세서리 디자이너는 유행을 알고 유형을 창조합니다. 「현장」을 떠난 유행은 있을 수 없지요. 김씨는 일주일에 두 번 꼴로 서울시내 「유행의 거리」를 찾아 반나절이상 관찰작업을 벌인다고 말했다. 현장답사를 마친 김씨는 회사(종합패션회사 라망) 작업실로 돌아와 「상상」과 「변형」을 반복하며 액세서리를 디자인한다. 옷 무늬며 핸드백의 외곽라인· 귀고리· 목걸이등 현장에서 보아둔 액세서리의 선들은 김씨의 상상력이 추가돼 전혀 새로운 모양 혹은 변형된 라인으로 재탄생된다.
『액세서리중 귀고리 디자인이 제 특기지요 . 일주일에 대략 40∼50개 가량의 새 귀고리 디자인을 내놓습니다. 이중 상품화되는 것은 10여개쯤 됩니다. 도상작업으로는 그럴듯한 디자인도 주물로 시제품든 뽑아보면 실망스러운 경우가 있고 판촉팀에서 『유행을 타기 어렵다』고 판단돼 「낙태」결정이 내려질 때도 있다.
『하루에 예닐곱 개의 디자인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녜요 .그러나 사람의 상상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지요. 김씨는 하도 많이 디자인을 하다보니 다른 디자이너의 것과 놀랄 만큼 닮을 때도 가끔 있다고 말했다. 액세서리 디자인이 이렇듯 다양해야하는 것은 유행주기가 짧기 때문이다. 길어야 5∼6개월을 넘기기 힘든 것이 액세서리의 「유행수명」 이다.
『액세서리의 유행은 디자이너가 제시하지만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소비자의 취향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올해 전반기의경우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주부층의 대담한 액세서리 착용이 돋보였다고 말하는 김씨는 『현장경험이 없었더라면 유행의 흐름을 놓칠 뻔 했다』고 말했다. 조립식이 아닌 주물로 뽑아내는 고급액세서리의 경우 아무래도 구매력이 있는 여성층이 주고객이다 보니 20대 중·후반 이후 층의 감각에 디자인의 초점이 맞춰진다.
종합 패션회사에서 액세서리 디자이너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액세서리는 이들 회사 총 매출액의 50%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보통인데 액세서리의 판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액세서리 디자이너들에 대한 업계의 스카우트전은 상당히 치열하다. 김씨 역시 올 초 대학 (원광대 금속공예과) 을 졸업하자마자 쉽게 이 회사에 취직했다.
『종합패션회사들이 전반적으로 영세해 보수수준은 높지 않지만 유행을 창조하는 보람은 정말 크다』는 김씨는 어머니· 동생·친구들의 액세서리까지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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