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 사람] 봉평에 '연극인 마을' 만드는 유인촌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으랏싸!" 지난 10월 연극 '홀스또메르'의 커튼 콜(공연을 마친 뒤 하는 출연진의 무대인사). 1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 '극단 유'의 유인촌(柳仁村.52)대표는 이렇게 외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의 힘찬 소리에 놀란 것도 잠시,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柳대표는 공연을 마친 뒤 인사를 할 때면 으레 '으랏싸!'라고 외친다. 함께 한 배우와 관객들, 그리고 자신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연극계에 힘을 불어넣는 작업을 시작했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의 한 폐교에 연극인 마을을 만드는 일이다. '극단 유'가 운영하는 이 연극인 마을은 내년 봄 문을 연다.

"연극인들이 마음 놓고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 아직 부족합니다. 이곳에서 다양한 작품을 실험하고 이를 페스티벌 형식으로 올리고 싶어요. 조금씩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죠."

그는 몇년 전부터 연극인 마을을 위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봉평을 택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두시간가량 걸리는 비교적 가까운 곳인 데다 환경도 쾌적했다. 매년 9월 봉평에서 열리는 '이효석 축제'에 많은 사람이 찾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그는 1년 전부터 폐교의 리모델링 작업을 시작했다. 건물 두개 동엔 극장과 숙소.세미나실을, 운동장에는 야외극장을 설치할 예정이다. 그는 "극장 시설이 완비되면 우리 극단은 여름.겨울철에 아예 짐을 싸 이곳에 와서 공연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배우 양성이다.

"사람들은 실력있는 연극배우가 자꾸 영화나 방송으로 간다고 불평합니다. 그러나 배고픈 연극의 특성상 막을 도리가 없어요. 오로지 좋은 배우를 끊임없이 양산하는 수밖에 없어요. 나는 배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연기의 뿌리를 찾아주고 싶습니다."

연극학교는 6개월간 1주일에 3~4일 합숙하며 연극의 기초부터 다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柳대표는 '봉평 1기' 신입단원을 모집한다. 봉평 1기가 되는 조건은 까다롭다. 연기뿐 아니라 노래도 잘해야 한다.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홀스또메르''나무를 심은 사람' 등 음악극을 꾸준히 선보인 '극단 유'는 노래를 잘하는 연기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柳대표는 "요즘 관객은 언어 연극을 두어시간 동안 보는 걸 힘들어해요. 음악을 적절히 섞어 넣으면 달라지죠. 사람의 목소리와 음악을 활용한 연극, 우린 그 방향으로 갈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5년 자신의 극단을 만들었다. 하고 싶은 연극을 맘껏 해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극단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정작 '배우 유인촌'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단다.

"10주년이 되는 2005년엔 1년 내내 서울 곳곳에서 공연을 열 생각입니다. 그때 제가 꼭 하고 싶었던 작품들을 선보이고 싶어요. 동시에 봉평에서도 연극 축제를 올려야지요. 벌써부터 마음이 분주합니다."

박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