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자살 배후 내사/경마 승부조작/폭력조직 개입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동기·행적·비리 등 의혹많아/이봉래씨/투신 전날밤 전화받고 얼굴 창백/검찰 “수사종결” 밝혔는데도 자살
서울지검은 29일 경마 승부조작사건 수사에 이은 한국마사회소속 조교사 2명의 자살에 따라 이들의 자살배후에 폭력조직 등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내사에 나섰다.
이는 조교사 최연홍(51)·이봉래(40)씨의 잇따른 자살이 ▲스스로 죽음을 택할만한 동기가 석연치 않고 ▲검찰 수사후 자살까지의 행적에 의문이 있으며 ▲한해 1조원이 몰리는 경마장 주변에 기생하는 폭력조직 등 부조리 구조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승부조작사건 수사이후 기수·조교사 등의 극심한 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더이상 수사를 확대하지 않기로 했으나 자살한 조교사 2명의 자살동기에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뿐만 아니라 자살을 사주한 배후세력의 개입 가능성이 있어 내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살동기·행적=자살한 최·이씨의 가족이나 주변 인사들은 『이들이 검찰의 재소환을 앞두고 두려움을 갖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특별히 자살할만한 이유는 없었다』며 타살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특히 이씨의 제수 서점석씨(29)에 따르면 이씨는 투신 전날인 27일 오후 11시쯤 누구로부턴가 걸려온 전화를 받고 군대식 명령복종조로 『예,예』라고만 대답한뒤 겁에 질린듯 창백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수사관계자들은 이씨의 경우 1차 조사로 입건대상에서 제외됐는데도 재소환을 앞두고 자살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자살 사주 가능성=26일 자살한 최씨는 유서에서 『첫째도 단결,단결이 아니면 죽음뿐이다』고 써 보통 가족문제 등을 거론하는 유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이와 관련,경마장 주변에 기생하며 기수·조교사 등을 매수해 돈벌이를 하는 폭력조직이 검찰 소환 조사에서 구조적 비리가 폭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살을 사주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과천경마장 주변에는 폭력배 조직이 10여개에 5백여명이나 설치고 있으며 기수·조교사들이 일단 이들 조직과 연계되면 비리 폭로 등 협박을 받아 그들의 손길을 벗어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기수·조교사 집단이 규율 및 위계 질서가 엄격하고 상명하복이 철저한 점을 이용,개인 마주제 실시를 앞두고 이권을 빼앗기는데 대한 위기의식으로 연기·반대 입장을 취해온 폭력조직이 비리·부패노출로 인한 상황 악화를 우려해 자살을 통한 수사 확대를 막고자 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