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오락실 수백억 축재, 경관은 뒤봐주고 돈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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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내 성인오락실 업주 가운데 10여명이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인 것으로 드러났다. 규모가 큰 오락실의 경우 불법 영업으로 하루 최고 1억원대의 매출(수익률 30~50%)을 올리고 있으며, 중소 규모도 2천만~3천만원씩은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락실 한곳의 매출 규모가 웬만한 중소기업을 능가할 정도다.

이에 부산지검 강력부(박충근 부장검사)는 23일 불법 영업을 해온 부산시내 28개 대형 오락실을 적발, 이 중 H오락실 업주 金모(51)씨 등 12명을 사행행위 등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오락실 업주이자 폭력조직인 '신20세기파'두목 安모(52)씨 형제 등 28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이들 중에는 업주들로부터 단속 무마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챙겨온 부산시내 모 경찰서 전 수사과장 禹모(60)씨 등 경찰관 3명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1999년 5월부터 컴퓨터 게임장에 대한 등록제가 시행되면서 오락실 설립이 쉬워지고 경품 제공이 허용되자 경품 대신 현금을 지급하는 불법 오락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安모(52.수배)씨 형제는 자신 소유 건물을 오락실 업주에게 임대해 주고 임대료를 받거나, 오락실에 운영자금을 투자해 수익을 올려왔다는 것이다.

이들 형제는 오락실 운영 등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부산시 동구 범일동 Y빌딩 등 시가 50억원가량인 빌딩 다섯채를 구입하는 등 부동산.금융자산을 합쳐 5백억원대의 부를 축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자신들이 오락실 영업에 관여하지 않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1백여개의 차명계좌를 이용, 자금세탁을 해왔다는 것이다.

부산시 남포동 H오락실 업주 金모(53.구속)씨는 오락기 1백40여대를 갖춰놓고 불법 영업을 하면서 연간 20억원대의 수익을 챙겨온 혐의다. 金씨 역시 오락실을 운영하면서 챙긴 돈으로 부산시 중구 창신동에 2백50억원대의 10층 건물을 구입하는 등 4백억원대의 재산가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또 다른 오락실 업주 徐모(48.수배)씨와 孔모(52.수배)씨도 불법 성인오락실 6곳을 공동 운영하면서 올린 수익으로 시가 1백억원대의 10층짜리 건물을 구입한 뒤 이 건물에서 유흥업소까지 운영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충근 부장검사는 "일부 폭력조직들이 오락실 수익으로 조직운영비를 충당하는 한편 건물을 구입하고, 그 건물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등 기업형으로 바뀌고 있다"며 "부산지역에서 1백억원대의 오락실 업주가 1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들이 벌어들인 불법 수익 부분에 대해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 전액 몰수키로 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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