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 선거법 대치] 고성·몸싸움…난장판 국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목요상 위원장(왼쪽에서 둘째)이 23일 밤 법안을 상정하려 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마이크를 뺏고 있다. [안성식 기자]

"5백억원 도둑질하더니 선거법 개악이냐."

"측근 비리는 도둑질 아니냐."

23일 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선 소여(小與)와 3야(野)가 정면 충돌했다. 선거법을 둘러싼 다툼이 감정 싸움으로까지 이어졌다. 3야가 목표했던 선거구제 및 의원 정수에 대한 표결 처리는 무산됐다.

오후 9시10분쯤 한나라당 소속의 목요상 위원장이 열린우리당 20여명이 점거하고 있는 특위 회의실로 들어섰다. 睦위원장은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비켜주지 않자 자리에 선 채 주먹으로 책상을 세번 두드린 후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한다"며 전격적으로 의안을 상정했다.

그러자 설송웅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대거 몰려가 睦위원장을 둘러싸고 의사 진행을 막았다.

그러면서 양측 간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날치기 그만둬" "차떼기 하고 안 망할 줄 아느냐"며 비난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도 "이게 무슨 날치기냐" "여당이 폭력을 행사하나"라고 맞고함을 쳤다.

결국 오후 10시쯤 표결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睦위원장은 산회를 선포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측은 睦위원장의 상정 선포를 무효라고 선언해 논란이 예상된다.

◇"여야 합의로 못 봐"=이날 睦위원장은 의안 상정 선언 후 "'선거구 획정 관련 의결 사안을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상정된 선거구제안은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선거구 인구 상하한선 10만~30만명▶지역구 의원 2백43명 내외(현행은 2백27명)▶전체 의원수 2백89명 내외(현행은 2백73명) 등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은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의안 상정은 무효"라며 "설사 상정됐더라도 선거구획정위에 넘기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성기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은 "상정이 어떻게 통과와 같은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원래 박관용 국회의장과 여야는 선거법 개정안을 합의를 통해 넘기겠다고 했으나 열린우리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획정위는 24일 전체회의에서 이날 상정된 안의 유효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남정호.신용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ans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