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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포럼] 재산세 왜 공평과세여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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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재산세 인상안을 둘러싼 최근의 논쟁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것을 보면서 별로 공개하고 싶지 않은 두 가지 실화를 털어놓아야겠다. 내년 봄 총선에 나설 서울 강남의 어느 구청장이 사석에서 그동안의 업적을 손꼽아 나열했다. 그가 특히 강조한 첫째 항목이 바로 주택 가격 상승이었다. 세 차례 연임하는 기간에 주요 지역 아파트값이 평균 2.5배나 올랐으며 실제로 유권자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아 내년 봄 선거 때 상당한 기대를 걸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구청장이 아파트 값 인상을 부추기는 역할에 발을 들여놓은 것을 그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것이 현실이다.

국민의 정부에서 장.차관을 지내다 지난 봄 물러난 고위직 인사와 기업인인 그의 친구의 독백을 들어보자. 서울 강남 대치동과 도곡동에 있는 아파트 값이 자고 나면 뛰고 또 뛰어 1년여 사이 7억원짜리가 12억원이 됐다.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두 사람 똑같이 아파트를 처분했는데 한 사람은 그가 강남에서 살던 때 보다 더 큰 평수의 아파트를 강북에 마련하고도 6억원의 차익을 저금했으며 이를 두고 멋쩍어하면서도 행복해 한다. 또 한 사람은 강남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갔지만 5억여원의 여유자금으로 새로운 사업을 벌였다. 그들은 30여년 봉급자들의 퇴직금 2~3배에 해당하는 부동산 매매 차익을 보고 한편으론 어쩔 줄 몰라 한다. 이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앞에 예로 든 구청장은 지역 내 아파트 가격이 올랐던 지난해에도 또 지지난해에도 행정자치부의 재산세 인상안에 줄곧 반대해 왔다. 주민의 저항이 심해 정부안대로 과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그러나 그는 지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내년 총선을 위해 임기 중 사퇴했다. 뒤에 예로 든 인사들은 그들이 강남에 살 때 납부한 재산세가 강북에 있는 같은 시세의 경우보다 5분의1에서 10분의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래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들은 재산세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몸소 깨달았다.

정부가 내놓은 재산세 개편안에 대해 강남권 각 구청장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강북권도 인상률이 너무 높다며 항의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행정자치부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과표 결정의 재량권을 부여하면서 재산세 인상폭을 다소 낮추는 최종안을 내놓았지만 서울 일부 자치구의 저항은 아직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높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과세 방식으로 개편해 재산세 부과의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방침은 옳은 것이다. 한꺼번에 재산세를 5~6배나 올린 지역은 실제 시세를 따져가며 다른 지역과의 균형을 고려해 조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과세 방식과 이에 따른 납세자와의 마찰을 강북 대 강남 또는 서울 대 지방 간의 대립이나 특정 지역을 투기 피의자 집단으로 몰아붙이기 또는 정치적으로 강남 때리기라는 식으로 매도하는 일부 여론은 무책임한 것이다. 조세 정의를 요구하고 과세 불형평의 시정을 촉구했던 지금까지의 주장은 어디로 갔는가. 부동산 투기 억제와 조세 형평, 그리고 지방분권 사이에 얽힌 원칙 간의 충돌을 확대.증폭시켜서는 안 된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 대책 가운데 과격한 부분을 시정해 나가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양도소득세율과 등록세.취득세율 등을 점차 내리고 다가구 주택 보유자에 대한 족쇄를 풀어주어 집을 짓고, 사고팔고, 거래가 활발한 시장이 서도록 해야 한다. 내년에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저성장의 길목에서 다시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한 비상대책을 마련할 것인가.

최철주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