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 살리기 운동」 “결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6천5백가마 첫 수확… 3백만평 재배목표
「우리 밀을 살리자」­.
우리 밀의 현재 자급도가 0%여서 1백%를 수입해 먹고 있음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70년대 이후 미국산 수입밀에 밀려 사라진 우리 밀을 살리자는 운동이 지난해 7월부터 벌어져 최근 6천5백가마(40㎏들이)를 첫 수확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밀재배는 해방후 원조 밀가루가 많이 들어온데다 70년대 식량증산운동으로 심기 시작한 통일벼의 빠른 모내기에 장애가 되면서 급속히 줄어들었다.
이 운동은 주부·직장인·학생 등 소비자와 생산 농민 2만명이 6억원을 출자해 소비자­생산자 협동운동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밀 살리기 운동본부」(대표 김승오신부·김동희교수 등)가 그 주체로,본부측은 이 운동에 뜻을 같이한 전남 구례·경남 함안 등 65개 마을 25만평에 지난해 10월 씨앗을 뿌려 7월부터 첫 수확의 기쁨을 맛보았다.
운동본부측은 최근 구례에 세운 가공공장에서 우리밀 국수와 밀가루를 만들어낸데 이어 제빵업체인 고려당도 우리밀 1천가마를 사들여 다음달초부터 무공해 건강빵을 선보일 예정이다.
운동본부는 올 가을의 2차 파종목표를 1백만평으로 잡고 농민들로부터 신청을 받은 결과 목표를 훨씬 넘는 2백30만평의 신청이 들어왔다.
이처럼 호응이 있는 것은 우리 밀의 생산성이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났고 운동본부의 수매값이 생산비를 보장하고 있는데다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심을 작목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성헌사업본부장(47)은 『정부통계상 평균 수확량은 3백평에 3백29㎏으로 되어 있으나 정성껏 재배한 결과 최고 7백44㎏,평균 4백50㎏ 이상의 수확량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우리 밀이 수입 밀과 다른 결정적인 대목은 겨울에 키우므로 병충해가 없어 농약이 필요없는 무공해라는 점이다.
미국 밀은 장기보관을 위해 수확후 허용되는 농약이 21가지나 된다.
운동본부는 농촌과 환경을 살리는 이 운동을 더욱 확산시켜 94년까지 회원 30만명,재배면적 3백만평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회원이 되면 우리 밀을 배당으로 받는다. 1구좌에 1만원.
농림수산부도 이에 호응,9년간 중단됐던 밀종자 보급을 내년부터 시작한다.
일본의 경우 75년부터 밀 살리기를 해 자급률이 20%에 가깝다.<김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