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호, 네덜란드에 0 -2 패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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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축구대표팀과 네덜란드의 평가전이 끝난 2일 밤 핌 베어벡 한국 대표팀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김두현(25.성남)을 왜 그렇게 늦게 출전시켰나'는 질문을 받았다. 베어벡은 작심한 듯 독한 말을 쏟아 놓았다.

"김두현을 출전시킨 것을 크게 후회한다. 그는 오늘 최악이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대표팀에서 쫓아낼 것(kick him out)이다."

김두현은 후반 30분 김정우(25.나고야)와 교체돼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베어벡은 김두현이 활발한 플레이로 0-2로 뒤진 경기의 분위기를 바꿔 주기를 기대했지만 김두현은 무기력했다. 베어벡은 "국가대표 선수가 (자기 말로) '몸에 이상이 없다'고 했다면 몇 분을 뛰든 경기장을 나올 때는 걸을 힘도 없을 정도가 돼야 한다"고 했다. 김두현의 불성실한 태도를 질책한 것이다. 김두현은 부상으로 빠진 박지성(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백을 메울 선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최근 소속팀 성남의 살인적인 경기 일정 때문에 컨디션이 떨어져 있었다.

반면 김정우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첫 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여 줬다. 김정우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네덜란드 진영을 휘저었다. 측면으로 빠져나가면서 원톱 조재진(시미즈)의 활동 반경을 넓혀 주었고, 날카로운 스루 패스도 몇 차례 시도했다. 그렇지만 몸에 맞지 않은 옷을 걸친 듯 어색한 느낌을 준 것도 사실이었다. 김정우 자신도 "대표팀에서 처음 맡은 포지션이라 많이 어색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정우는 A매치 26경기에 출전했지만 포지션은 언제나 수비형 미드필더였고, 골은 하나도 넣지 못했다. 김정우가 '공격형'으로 보직 변경에 성공하려면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파괴력과 슈팅력을 키워야 한다.

김두현은 베어벡 감독의 질책에 대해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베어벡이 박지성의 공백을 메워야 할 김두현의 투지를 자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강경 발언을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김두현과 김정우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 싸움은 지금이 시작인 셈이다.

한국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0-2로 졌다. 전반 31분 판데르파르트에게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26분에도 판데르파르트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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