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 국내 진출한 외국기업의 2004년 경기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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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GM대우자동차는 내년도 생산설비를 늘리고 연구개발(R&D)을 하는 데 1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의 두배 규모다. 내년 하반기에는 내수 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신차 개발에 힘을 쏟기로 방침을 세웠다. 대우자동차 시절 투자 여력이 없어 다양한 차종을 확보하지 못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이 경기 전망을 국내 기업보다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이는 본지가 이달 중순 외국계 기업 22개사를 대상으로 한 '기업 환경 및 경영애로 조사'를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설문조사에서 상당수의 기업이 내년 2분기 또는 3분기부터 내수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응답했다. '3분기부터'라고 응답한 기업은 45.5%로, 국내 50대 기업에 대한 조사 결과(47.9%)와 비슷하지만 '2분기 이후'라고 전망한 외국계 기업이 31.8%로 국내 기업의 12.8%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본지 12월 1일자 e1면>. 내수 경기 회복이 어렵다고 보는 외국계 기업의 비율(18.1%)도 국내 기업(20.8%)보다 낮았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내수 경기가 부진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국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위축을 원인으로 꼽았다. 투자활성화를 위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기업은 내년도 경영여건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59.1%가 '비교적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머지 기업은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소한 올해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필립스코리아 관계자는 "미국 등 세계 경기가 호전되는 추세인 데다 민간 소비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보다 매출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은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최대 현안을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꼽았다.

17개 기업이 '소비부진과 투자위축의 경기침체'가 문제라고 답했고 14개 기업은 LG카드 사태로 불거진 카드채와 가계 부채 등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염려했다. 이 밖에 노사분규와 집단 이기주의 등 사회 갈등(7개 기업)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내년도 한국의 노사 관계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소폭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한 숫자와 '변화가 없거나 더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숫자가 똑같이 나왔다. 최근 재계를 강타한 검찰의 정치자금.비자금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72.7%나 됐다. 기업의 투명성.윤리성이 높아져 궁극적으로는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승현 기자

<응답기업> 나이키스포츠코리아, 델파이성우, 라파즈석고, 르노삼성자동차,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 모토로라코리아,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삼성테스코, 월마트코리아,유한킴벌리, 인텔코리아, 필립스코리아, 한국까르푸,한국네슬레, 한국쓰리엠,한국코카콜라보틀링, 한국휴렛팩커드, BAT코리아, GE코리아, GM대우자동차, IBM코리아, LG칼텍스정유(가나다 및 ABC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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