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글로벌증시] 불안한 정세 … 동유럽 증시 '나홀로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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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동유럽 증시가 심상찮다. 세계 자산운용사들의 대표적 벤치마크인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동유럽지수는 최근 한 달간 6.86%, 연초 대비 7.76% 급락했다. 올 들어 MSCI이머징아시아지수가 10.24% 오르는 등 전 세계적인 증시 호황 속에 외톨이 신세가 된 것이라 더욱 심각해보인다.

'나홀로 하락'의 원인은 MSCI 동유럽지수의 70%를 차지하는 러시아의 부진 때문이다. 러시아 RTS 지수는 최근 한 달간 8% 급락했다. 연초와 비교해도 1.02% 내린 수치다. 러시아 수출액의 68%, 시가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업종을 비롯, 전 업종이 약세를 보인 것이 주원인이다.

러시아 증시의 하락은 경제 그 자체보다는 정치적 배경 때문이라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CS자산운용의 김영준 해외자산운용팀장은 "러시아 경제의 기본 틀은 여전히 튼튼하지만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둘러싼 서유럽과 러시아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에너지 섹터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22일 러시아 정부가 영국BP와 러시아 TNK의 합작사인 TNK-BP의 유전개발권을 취소하겠다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사일방어방(MD) 구축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대정부 시위 등 정치적 움직임이 외국인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증시가 가라앉으면서 동유럽펀드들의 수익률도 동반추락하고 있다. 우리CS자산운용의 '우리CS Eastern Europe주식클래스A1'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5.09%, 연초 이후 수익률도 3.43%에 불과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벤치마크인 MSCI동유럽지수의 연초대비 하락률(-7.76%)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이다. 올 3월 설정된 동유럽 인덱스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MSCI 이머징유럽 인덱스주식'은 1개월 수익률이 -7.58%까지 급락했다. 같은 3월에 설정된 신한BNPP의 '봉쥬르동유럽플러스주식자_HClassA1'도 -3.87%의 1개월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MSCI동유럽지수의 최근 1개월 하락률은 -6.86%다.

동유럽 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초 러시아 에너지 관련 주식에 대해 기존의 '매력적'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하지만 크레디스위스는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전세계 신흥시장에서 가장 싼 9.4배 수준까지 내려왔으며, 이에 따라 신흥시장에서 러시아 비중을 6% 확대한다"고 밝혔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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