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정치적 중립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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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26면

노무현 대통령은 싫든 좋든 최고의 뉴스 메이커입니다. 그래서 중앙SUNDAY는 2일 오후
대통령의 참여정부 평가포럼 강연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현장에는 청와대 출입기자 가운데 풀 기자만 들어갈 수 있었기에 저희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생중계되는 것을 보면서 취재해야 했습니다. 생생한 동영상으로 대통령의 말씀을 듣다 보니 지난해 들었던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대통령이 한 지인에게 “내년(2007년)엔 본격적으로 정치해보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대통령이 대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느낌입니다.

문제는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성입니다. 이날 대통령의 발언 수준은 분명 정치적으로 중립적 이지 않아 보입니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법률적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면 대통령은 공무원일까요?

노 대통령은 ‘대통령은(일반 공무원과 달리)정치인이기에 정치행위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가진 분으로 압니다.

사실 이 문제는 지난 2004년 대통령 탄핵사건 당시에도 논란이 됐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대통령이 2004년 3월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부분에 대해‘공무원 중립의무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렸었죠. 그러나 대통령을 탄핵할 정도의 심각한 사항은 아니라 탄핵은 기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선거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된 셈이죠.

이로 미뤄볼 때 대통령의 2일 발언은 더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핵심은‘대통령을 공무원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정치인으로 볼 것이냐’ 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헌정체제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만일 내각책임제라면 집권한 총리는 광범한 정치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행위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으니까요.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임기 중 물러나면서 재무장관에게 총리직을 넘기는것이 바로 내각책임제입니다.
그러나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제는 좀 다릅니다. 대통령은 정당을 대표하는 동시에 국가의 원수라는 지위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국가원수란 나라 전체를 대표하는 지위로 정파를 초월한 국가경영의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릴 정도로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만큼 대통령의 책임은 막중합니다. 헌재가 대통령의선거법 위반을 인정한 것도 우리의 헌정체제를 감안한 결론이라 생각됩니
다.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은 계속될 듯합니다.

그것이 정녕 ‘본격적인 정치’가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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