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흔들려선 안된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노태우대통령의 민자당 탈당이후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의 기대와 불안이 엇갈리고 있어 정부가 하루빨리 가닥을 잡아가지 않으면 예상되는 이점이 오히려 불리로 증폭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행정부와 정당간의 구조변화는 내년도 중앙정부의 예산편성과 민간부문의 경영전략에까지 바람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중소기업들조차 올해 결산을 앞두고 당정간의 새로운 체제가 어떤 식으로든 연말 경기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까지 행정부가 들고 나왔던 상당수의 경제정책들은 여당의 지원하에 이루어졌으며 때로는 야당과의 정치적 협상카드로 활용돼온 일이 많았기 때문에 합리성과 효율성을 지향하는 경제논리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수십년간 관례화된 이같은 경제정책 수립집행방식도 앞으로는 체질변화가 불가피하다.
물론 정부의 경제정책을 순수한 경제논리만으로 이끌어 갈 수는 없고 정치논리와의 적절한 조화가 요구된다. 행정부가 새 체제에 적합한 경제정책추진방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각 부서장들의 용기가 필요하다. 중립내각 구성에 뒤따라 주요 직책을 맡는 핵심관료들의 연쇄인사가 단행되면서 현정부는 관계부서끼리 다시 호흡을 맞추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 각 정당과 새로운 스타일의 정책협의를 개시하는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민감한 정책들에 대한 결정을 미루는 사태도 일어날 것이다. 대통령과 경제부처장들이 민주적이고 일관성있는 소신을 갖지 못하면 행정부의 입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경제부처는 그들의 행정능력을 시험받는 아주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음을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 긴축예산 편성,추곡수매가 결정,감세정책,사회간접시설과 관련한 거대 프로젝트 결정 등이 바로 눈앞에 닥친 사안들이다. 정부가 미적지근하면 각종 금융정책이건 증시회복문제 등이 흔들거리고 국민은 다시 「물정부」의 폐해를 거론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민자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국민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제각각 경제대통령이 될 것임을 자임하면서 국내외에서 「시장경제원리에 의한 자유로운 경쟁체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것을 철저히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들의 공약이 표를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부가 의도하는 정책안에 각당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수용하면서 일관성있는 정책을 펴나가는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