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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컴퓨터직종과 자유직업인 백석기(정보문화센터 본부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로빈슨씨는 컴퓨터 교육담당 자유직업인이다. 그의 특기는 전산시스템을 설계하고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SW)방법론을 가르치는 일이다. 풍부한 실전경험을 가진 베테랑인지라 수강생들간에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책만 가지고는 도저히 SW개발요령을 터득할 수 없다. 말로는 금방 될 듯 싶지만 현장에서 뛰다보면 암담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므로 그의 수강생들은 현업에서 일이 잘 안 풀려 도움에 목말라있는 시스템분석가·프로그래머들이다. 그는 매년 10월께 연간 계획을 세운다. 가장 큰 일은 강의시간표를 짜는 일이다. 2월부터 6월까지, 또 9월부터 11월까지 약8개월간은 강의하는 기간으로 정해놓고 있다. 교육과정은 1주일이 원칙이다. 정원은 10명 이내고 수강료는 1인당 1천 달러쯤 받는다.
넓게 많은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특수분야 중심으로 경험에서 푹 익은 에센스만을 들려주므로 긴 교육기간이 필요 없다. 여름 7, 8월과 겨울12, 1월은 어김없이 개인시간으로 비워놓는다.
외국에는 이처럼 컴퓨터분야에서 혼자 일하며 먹고사는 사람이 많다. 컴퓨터 관련업무는 어느 분야보다 자유직업인에게 적합하다. 구태여 얼굴을 맞대고 직장생활에 얽매여 살아갈 일이 별로 없다.
더욱이 정보산업은 계속 수많은 일거리를 창출하고 있어 자유직업의 영역은 무궁무진하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우리 나라에도 컴퓨터관련 자유직업인으로 컨설턴트·그래픽스전문가·프로그래머·전문번역가·저술가의 DB입력요원 등이 생겨나고 있다. 드물게는 SW방법론만을 가르치겠다고 나선 용기 있는 전문가도 있다. 앞으로 실력 있고 경험 많고 신용이 좋으면 일거리는 한없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직장인들은 아직 자유직업인으로 터를 잡고 살만한 훈련에 미흡하다. 성공적인 자유직업인은 순탄한 인생보다 남다른 역경을 끈질기게 헤쳐온 사람이라야만 후반부에서 그 경험을 비싸게 거둬들일 수 있다. 그러자면 우리 나라 직장인들도 일찍부터 혹독한 자기연마로 홀로 서기를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정년이 몇 년 남았나를 꼽아가면서 현재에 안주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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