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조깅족, 이젠 '원격 조깅 파트너'와 함께 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깅할 때는 혼자하는 것보다 친구와 함께 하는 게 낫다. 하지만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만나 비슷한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동료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혼자 달리는데도 친구와 함께 달리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첨단 장비가 나왔다. 멀리 떨어진 도시에 살고 있는 친구끼리도 얼마든지 함께 달릴 수 있다.

휴대폰과 GPS 기술을 응용한 '거리 극복 조깅'(Jogging Over a Distance) 시스템이 그 주인공이다. 전화 통화를 3차원 청각 경햠으로 변환하는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가미했다. 조깅할 때 자신이 뛰는 속도에 따라서 동료의 목소리가 앞이나 옆, 뒤에서 들리도록 했다.

호주 멜버른대 연구소의 플로리안 플로이드 뮬러 박사는 "서로 다른 도시나 국가에 있는 사람들이라도 서로 조깅을 북돋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과학기술연구기구의 샤논 오브리엔, 알렉스 서러구드와 함께 이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무선 개인 영역 네트워크(PAN) 전문 회사인 블루투스사가 만든 GPS 리시버, 3G 휴대폰 접속, 미니 컴퓨터, 무선 모뎀과 헤드세트 등이 들어있는 세트 2개로 되어 있다.

어떤 사람이 뛰기 시작하면 수신된 GPS 데이터가 몸에 꽉맞는 배낭에 장착된 미니 컴퓨터에 전달된다. 컴퓨터 상의 알고리듬이 두 사람이 상대 파트너에 비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뛰고 있는지를 측정해 음향 발신 위치를 정한다.

한 사람이 뛰면서 말할 때 파트너는 (상대방이 더 빨리 뛸 때) 그 소리가 앞에서 나는 것처럼 들리고, (두 사람이 모두 같은 속도로 뛸 때는) 그 소리가 바로 옆에서 나는 것처럼 들린다. (점점 느리게 뛸 때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디지틀 오디오이기 때문에 뛰는 속도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더라도 얼마든지 조절 가능하다. 가령 처음 조깅에 입문한 사람이 경험 많은 친구와 함께 뛰고 싶다면, 초심자의 목소리가 멀리 들리지 않고 친구를 바싹 뒤쫓고 있는 것처럼 들리도록 조정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조깅 속도에서 큰 차이가 나는 사람들도, 파트너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속도를 내거나 턱없이 속도를 줄일 필요 없이 마음껏 서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

뮬러는 이 시스템에 사교 네트워킹 기능을 보탠 웹사이트 개설까지 생각하고 있다. 조깅하는 사람들이 로그온해서 러닝 파트너를 요청해서 함께 뛰면 나중에 새로운 친구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글래스고 대에서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스티븐 브로스터 교수는,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약간 혼란스럽긴 하겠지만, 운동할 때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동기 부여에 좋은 효과를 낸다는 점에 동의한다.

브로우스터 교수는 매주 3~4회 5마일 가량을 뛴다. 그는 "실제로 함께 뛰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북돋워주는 자극보다는 덜 할 것이다. 또 실제 인물과 뛸 때 비탈길을 오를 때는 대화를 중단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두 사람 중 한 명이 '왜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혼자 뛰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파트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전혀 파트너가 없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게 분명하다.

이장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