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헌재4개 정당 해산 명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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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태국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30일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이끄는 타이락타이당(TRT) 등 4개 정당에 대해 해산 명령을 내리면서 정정이 크게 불안해지고 있다. 탁신 지지자들이 명령에 불복하고 시위를 벌이는 등 대치 국면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소의 해산 명령 이유는 지난해 4월 총선 때 이들 당이 다른 정당 후보를 매수해 자기 당에서 출마시켰기 때문이다. 재판소는 "TRT가 두 번의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법규를 준수하지 않아 정당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태국 내 5개 정당 가운데 현 집권 민주당을 제외한 TRT와 프라차티파타이 카오나(농민민주당) 등 4개 정당과 소속 정치인들의 활동이 5년간 전면 금지된다.

이번 판결은 태국에서 군사쿠데타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6월 부정선거 문제로 정국이 들끓자 검찰이 양대 정당인 TRT와 민주당을 포함한 5개 정당에 대해 헌법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해산 여부를 심사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TRT는 통신사업으로 재산을 불린 탁신이 1998년 창설한 정당이다. 2001년 총선에서 제1당이 됐고, 2005년 선거에서는 75% 이상의 의석을 차지해 단독정권을 수립했다. 그러나 탁신 본인은 주식 불법매각 등 부정 축재와 권력 남용 등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으면서 지난해 9월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다. 군부는 지난해 10월 수라윳 쭐라논 전 육군사령관을 임시 총리로 선출, 다음 총선까지 국회 역할을 대신토록 하는 국민입법의회를 발족시켰다.

그러나 쿠데타 직후 압도적이던 반(反)탁신 정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졌다. 이제는 탁신 지지파와 군부 지지파로 흐름이 양분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부가 지난달 28일 탁신을 지지하는 17개 인터넷 웹사이트를 전면 폐쇄한 데 이어 법원의 TRT 해산 명령으로 오랜 정치 공백이 예상되자 이에 대한 국민의 불만도 함께 고조되고 있다. 태국인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푸미폰 국왕도 혼란을 우려해 지난주 재판소에 "국가 안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 달라"고 발언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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