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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 간 '미녀들의 수다' … 1박2일 경계근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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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기 TV 프로그램인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 중인 주한 외국인 여성들이 31일 강원도 철원의 최전방 초소에서 경계근무 체험을 했다. 파라과이 출신의 학생 아비가일 알데레떼(오른쪽에서 둘째)와 아제르바이잔 출신 댄스 강사인 디나 레베데바(오른쪽에서 셋째)가 양 옆에 있는 한국군 장병들과 포즈를 취했다.[사진=허진 기자]


"필승! 적을 한 놈 잡겠습니다."

31일 오후 9시30분 짙은 어둠이 깔린 강원도 철원군 중부전선 6사단의 한 초소(GOP). 철책 너머 비무장지대 언덕을 향해 총구를 겨누던 금발의 여성이 소초장에게 경례 구호를 붙였다.

"졸리지 않나."

"조금…요."

"적은 안 졸릴 것이다."

"네. 안 졸릴 겁니다."

한 초소에서 40분씩 앞만 주시해야 하는 무료한 시간이 이어지면서 억지로 졸음을 참던 얼굴엔 순간 긴장이 흘렀다. 야간 근무에 나서기 전 군장검사.정신교육.총기안전 검사가 이어질 때만 해도 신기한 군대 경험을 기대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었다.

푸른 눈의 미녀 7명이 최전방 부대에서 야간 경계 근무에 나섰다. 이들은 주한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KBS-2TV 토크쇼인 '미녀들의 수다' 프로그램의 주인공들.

육군은 3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인터넷 육군 카페 '아미 서포터스' 회원 80명을 초청, 전방 경계근무 체험 행사를 열었다.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를 직접 보기 원하는 '미녀들의 수다' 출연자들도 이날 행사에 참가한 것.

이들의 눈에 비친 비무장지대는 어땠을까. 파라과이에서 온 아비가일은 "민통선에 들어왔을 때 모내기 끝낸 논이 펼쳐지는데 인적도 없고 조용해 참 낯설었다"고 말했다.

그들의 눈에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전쟁 가능성이 끊이지 않는 불안한 나라였다. 하지만 이날 경계 근무를 서면서 그런 생각이 바뀌게 됐다고 캐나다 출신 도미니크 노엘은 말했다. 아비가일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경계를 서는 군인들이 지키는 한국은 안전한 곳이란 느낌이 생겼다"고 말했다. 경계근무를 마치고 내려온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댄스강사 디나 레베데바는 "오늘밤은 우리가 지킬 테니 맘 놓고 주무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앞서 네티즌 80명은 경기도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기계화 보병부대의 공중.지상합동훈련을 참관했다. 20대 여대생에서부터 70대 6.25전쟁 참전 군인까지 포함된 참가자들은 K1A1 국산 전차에서 뿜어내는 화력 시범에 박수를 보냈다. 네티즌들은 전차 탑승 기회도 가졌다. 대전에서 대학을 다니는 이민정(23.여)씨는 "TV로만 접하던 탱크를 탔을 때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기쁨보다 무서운 무기가 실전에 쓰이게 되는 날이 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철원=정용환 기자
사진=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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