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적립금 5조7000억 주식투자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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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올 10월부터 사립대가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기부받은 적립금을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현재 전국 사립대가 연구 목적이나 건축을 위해 모아둔 적립금은 5조7000억원이다. 이 돈은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 예금에만 투자될 수 있었다. 또 사립대들은 학교 부지 내 공터에 공연이나 스포츠 시설, 주차장 등 수익용 시설을 세워 본격적으로 수익사업을 벌일 수 있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31일 서울.수도권 지역 대학총장 간담회를 열고 사립대 규제 완화 방안을 포함한 '대학 교육력 향상 방안'을 발표했다. 대학이 본격적으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시점은 대통령령 등이 개정되는 10월 이후다.

현재 사립대는 적립금을 은행 예금에 묶어 놓고 있어 연 4%의 낮은 수익률을 냈다. 하지만 대학이 적립금을 가지고 주식시장(현재 코스피 시가 총액은 929조여원)에 나설 경우 '큰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는 자산 운용사인 HMC(Harvard Management Company)를 통해 지난해 기금 292억 달러를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다. 연평균 수익률은 16%에 달한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주식 투자에 따른 위험을 고려해 당장 직접 투자는 피할 것"이라며 "각 대학은 펀드매니저를 고용해 안전하게 굴리는 방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사립대는 학교 공터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수익 사업을 벌일 수 있다. 땅을 기업 등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교지 확보율 100%를 충족한 대학에 한해서다. 기업 등은 이곳에 문화.출판시설, 운동장, 임대시설, 주차장 등을 세우고 영업을 한다. 대학은 토지 사용에 따른 임대료를 받는다.

학교 기업의 영업 범위도 대폭 넓어진다. 현재 대학이 운영하는 학교 기업은 'XX우유' '○○햄' 등 식품이나 '△△홍삼' 등 건강보조식품을 생산.판매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앞으로 81개 업종이 금지업종(총 102개)에서 해제된다. 대학은 해당 사업과 관련된 교육과정을 만든 뒤 학교 기업을 세우면 된다. 학교 기업은 서적.문구류, 가전제품, 중고 가구 등의 소매업은 물론 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업에도 뛰어들 수 있다.

연세대 홍순훈 총무처장은 "앞으로 대학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이러한 방안이 시행될 경우 대학이 다양한 수익사업을 벌여 열악한 학교재정 기반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대학이 지나친 돈벌이에 치중할 경우 교육의 질 저하나 학생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 밖에 교육부는 사립대 유명 교수의 강의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해 타 대학 교수.학생과 일반인들이 볼 수 있도록 강의당 2억원씩 총 20억원을 대학에 지원해 주기로 했다. 현재 매사추세츠공대(MIT)는 1500여 개 강의 계획안과 강의 노트를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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