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영화보는 눈 달라져야"|일반인에 영화사 강의 동국대 정재형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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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금 우리생활에서 영화는 범람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영화문화는 없습니다. 더욱이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영화에만 대중의 입맛이 길들여지고 있는 영화 편식풍토는 우리 영화 발전을 위해서라도 빨리 사라져야 합니다.』 민족예술인총연합(약칭 민예총)산하 민족미학연구소가 주관하는 문예아카데미강좌에서 「영화로 보는 세계영화사」강의를 맡고 있는 동국대 연극영화과 정재형교수(33)는 이제 우리 영화문화의 올바른 자리 매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교수가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매주 월요일 오후7시면 서울 낙원동 낙원상가 비좁은 골목에 자리한 문예아카데미 강의실에서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영화사를 강의하는 이유도 대중의 영화에 대한 인식수준을 높임으로써 영화문화를 축적해야 한다는 그의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학기에 20년대 무성영화와 표현주의에서 시작해 몽타주 이론, 네오리얼리즘, 뉴네오리얼리즘, 누벨바그, 80년대의 문제작 등 영화를 사조별로 개괄해 짚어나갔던 정교수는 이번 학기엔 제3세계 영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영화의 전망을 모색해 본다고 한다. 『볼리비아 영화의 창작방식, 아르헨티나의 역사영화, 페루의 환상적 리얼리즘 등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들 제3세계의 영화는 영하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강의를 앞둔 정교수는 며칠전 공연윤리위원회측으로부터 공륜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영화를 강좌에서 상영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고층을 털어 놓았다. 정교수는 영화사강좌에서 부교재로 활용되는 필름을 판매·배포·대여를 목적으로 상영하는 필름과 같이 취급, 모호한 법조항으로 규제하려는 것은 법령의 횡포라고 주장한다. 『강좌에서 상영될 영화는 이론의 이해를 돕기위한 것이고, 또 그것들은 대부분 칸영화제를 비롯한 국제영화제수상작으로 영화사를 논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것들』이라며 정교수는 무엇보다도 강좌자체를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정교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 문화의 발전을 위해 공륜의 행정이 보다 융통성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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