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맹' 이웃들을 인터넷 세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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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KT 남중수(오른쪽에서 둘째) 사장이 4월 16일 IT서포터스가 교육 중인 서울 효창동 중 증장애인생활연대를 찾아 장애인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4년 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긴튜유옥모튤(24.서울 망우동)씨는 5월 초부터 인터넷을 배우면서 새 세상에 눈을 떴다. 그는 요즘 베트남에 있는 친척.친구와 인터넷 메신저로 소식을 주고받는다. KT의 정보기술 봉사단인 'IT서포터스'에게서 1주일에 한번 3시간씩 인터넷을 배운 덕이다. 그는 8월 말까지 국내 체류 중인 베트남 여성들의 접속 공간인 '인터넷 카페'를 개설할 예정이다. 요즘 유행하는 사용자 제작 콘텐트(UCC)도 직접 만들어 볼 생각이다.

자녀가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김문자(68.서울 천호동) 할머니는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 학원 강의를 들었다. 하지만 강의를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IT서포터스가 서울 명일동 명성 경로대학에서 실시한 컴퓨터 강의를 듣고 자신감을 얻었다. 1대1 지도를 받아 강의가 쏙쏙 머리에 들어왔단다. 아직 서툴긴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도 사고 외국에 있는 손자들과 화상 채팅도 한다. 시각장애인 가수로 활동하는 김유진(43)씨도 IT서포터스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 카페에서 팬들과 대화를 한다. 7월부터는 혼자서 카페를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2월 IT 교육으로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로 발족한 KT의 IT서포터스가 31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IT서포터스는 KT 직원 400명이 현업에서 떠나 IT 교육에서 소외된 계층을 돕는 일에만 매달리는 봉사조직이다. KT는 이날 광화문 사옥 1층 KT 아트홀에서 서포터스 직원과 이들에게 교육을 받은 시민 50여 명을 초청해 기념 행사를 했다.

고객 대표로 나온 긴튜씨는 "인터넷을 배울 수 있어서 정말 기뻤고 자라는 아이에게도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긴튜씨 등 베트남 출신 여성 5명에게 IT 교육을 하는 홍성오(47.KT 광진지사)씨는 "IT 교육을 받은 베트남여성들이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는 말을 할 때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서포터스 활동현장을 여러 번 찾아갔던 KT 남중수 사장은 "IT서포터스를 만들려고 할 때 '한가하다'는 비판도 들었지만 100일이 지나고 보니 잘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남 사장은 '한때 이곳에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는 영시(英詩) '성공(success)'의 구절을 소개하면서 "짧은 기간이지만 고객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IT강국이라고 하지만 아직 인터넷 등을 접하지 못하는 소외 계층이 있다"며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100일 동안 8000여 명의 고객과 시민에게 교육을 한 IT서포터스는 6월엔 도봉노인종합복지관과 충주결혼이민자지원센터, 소록도병원 등에서 지원 활동을 한다. 전화(1577-0080)와 인터넷 홈페이지(www.it0080.com)를 통해 IT 교육을 신청하면 KT 고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IT서포터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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