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온통 샛노란 피나물꽃(上)이 무더기로 피었습니다. 숲 속의 들꽃 정원과 다름없습니다.
고작 몇 발짝 옮기니 금강애기나리(中)가 앙증맞게 하늘거립니다. 게 중 아직 덜 피어난 꽃망울은 잎이 감싸 안았습니다. 마치 강보에 싸인 젖먹이 아기 같습니다.
또 몇 걸음 걸으니 홀아비바람꽃(下)이 바람결을 타며 노닐고 있습니다. 사람 반기듯 하늘 향해 화사하게 꽃받침을 열었습니다.
숲 그늘 짙게 드리운 곳엔 연영초의 하얀 꽃이 소담하게 빛을 냅니다. 어두운 밤하늘의 달마냥 숲 그늘에 덩그러니 홀로 환합니다.
숲 속의 꽃들은 참 각양각색입니다. 생김이나 색깔과 크기도 다르고 피고 지는 시기도 같지 않습니다만 이놈들을 제대로 보려면 반드시 몸을 숙여야 한다는 사실만은 같습니다. 엎드려 기고 쪼그려 걷다 보니 두어 시간이면 넉넉히 다녀 올 길이 무려 다섯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웬만한 야생화 전문가가 아니라면 수많은 들꽃의 이름을 다 알 수 없습니다. 비슷한 꽃이라도 잎과 줄기와 꽃은 물론 심지어 뿌리의 모양에 따라 그 이름이 다릅니다. 일단 찍은 뒤 도감에서 찾아보거나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으려면 잎과 꽃의 앞.뒷면과 줄기. 턱잎 등의 특징을 따로 찍어 두어야 합니다.
(들꽃 감수: 이동혁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