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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연승 신화창조「차베스」|철도원 아들 어릴때부터 "돌주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세계 프로복싱계에 「차베스 열풍」이 일고 있다. 중(중)량급의 절대독재자로 군림하던 「핵주먹」마이클 타이슨의 실각으로 시들해진 프로복싱 열기가 경이의 82연승 가도를 질주하는 차베스에 의해 재점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중)량급에서 70년대를 풍미했던 복싱천재 슈거레이 레너드 못지않게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WBC슈퍼라이트급 챔피언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30·멕시코)는 어떤 복서인가.
지난 80년 2월 프로에 뛰어든 이래 82연승 무패 70KO승으로 85%의 가공할 KO율을 자랑하는 차베스는 WBC주니어라이트급과 WBC라이트급에 이어 WBC슈퍼라이트급을 차례로 석권하면서 22차례의 세계타이틀전을 치렀다.
특히 차베스는 지난 13일 푸에르토리코출신 엑토르 카마초와의 WBC슈퍼라이트급 타이틀 8차방어전에서 완승함으로써 지난87년부터 87년사이에 자신이 기록한 WBC주니어라이트급 타이틀 9차방어에 이어 2개체급 9차방어기록을 눈앞에 두게됐다.
멕시코 국영철도회사의 철도수리공을 아버지로 둔 9남매중 넷째인 차베스는 전형적 헝그리복서의 길을 걸어왔다.
단순히 생계를 위해 동네 복싱판에서 잔돈을 벌어들이던 형들을 바라보며 차베스 역시 복서로 서의 꿈을 키웠다.
어린시절 차베스의 우상은 같은 동네에 살면서 지역챔피언으로 돈을 잘 번 후안 안토니오 로페스.
차베스는 자신이 10세 때부터 복싱에 입문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한다.
형들과 동네사람들의 부추김을 받아 열살 동갑내기인 로페스의 여동생과 글러브를 끼고 렁에 올라 복싱경기를 벌였다. 이들은 50차례 이상을 싸웠으나 승률은 반반이어서 이들 꼬마들의 성 대결에는 진싸프로 복싱경기만큼이나 많은 돈이 걸리곤 했다는 것이다.
차베스는 단칸의 간이숙소에서 11명의 식구가 살아야 했던 가정형편 때문에 세차장과 페인트공 보조일을 하며 스스로의 생계비를 벌어야 했다. 따라서 차베스는 로패스의 여동생 필리와의 성대결 대전료(?)가 큰 수입원이 되었고 결국 그의 복싱인생도 여기서 비롯됐다.
이들의 경기를 지켜보던 로페스는 차베스를 자신의 매니저에게 소개했고 차베스는 15세되던 해 프로선수들의 스파링 파트너라는 직업을 갖게됐다.
18세가 되던 80년에들어 차베스는 정식으로 프로선수가 됐고 『어머니에게 돈을 벌어 집을 사드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3년이상을 계속해 매달 한 차례 이상 링에 올랐다.
거의 본능적이라할 체력 안배와 완벽에 가까운 테크닉은 이때 터득된 것이다.
매달 경기를 가져야하기 때문에 체력소모를 막기 위해 초반공격을 삼가고 대신 탐색전을 통해 상대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이때 상대의 전력을 알고나면 매서운 공격을 퍼부어 무너뜨리는 차베스 특유의 복싱스타일이 다듬어진 것이다.
마침내 프로데뷔 4년만에 차베스는 WBC주니어라이트급 정상에 올랐고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켰다.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한 차베스는 멕시코의 영웅으로 군림하게 된 것이다.
차베스는 카마초와의 대전이 끝난 뒤 『한 두차례 방어전을 더 갖고나서 체급을 올려 4개체급 석권을 노리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한편 WBA동급챔피언인 필리핀의 모리스 이스트(20)는 15일 차베스에게 통합타이틀전을 갖자고 제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인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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