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수필비평 활성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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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비평 부재라는 자탄이 있어온 수필·시조계에 비평의 활성화를 통한 작품의 질향상을 내세운 전문지 창간이 잇따르고 있다.
수필계에서는 최근 격월간『수필과 비평』을 9 ,10월합본호로 창간했고 시조계에서는 10월 중순께 반년간『시조시학』을 창간할 예정이다. 수필과 시조는 시·소설·평론·희곡등과 더불어 문학의주요. 장르로 꼽히면서도 누구나 쓸 수 있는 산문, 고리타분한 전통시 등으로 일반은 물론 문단쪽에도 인식되며 본격문단에서 서자취급을 받아오고 있다.
이철호씨(문협수필분과위운장)가 편집인및 주간을 맡고 있는 『수필과 비평』은 창간사를 통해『이론 정립과 방향제시를 통해 수필의 질을끌어 올림으로써 문단에서 서자취급을 받고있는 수필을 본격장르로 격상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저러한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수필가는 현재 4백여명.
이중 절반가량이 최근3∼4년 사이 등단했으며『한국수필』『수필문학』『수필공원』『월간에세이』등 수필전문지와『현대문학』『월간문학』등 종합문예지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
이같이 시나 소설보다 양적으로 많은 발표 지면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작품의질이 뒤따라 주지 못하는 것이 수필계 자체의 구조적 모순이다
이씨는 이같은수필의 질저하원인을 신인의 양산에서 찾고 있다.「문인」이란 칭호를 자기과시나 신분상승의 타이틀처럼 생각, 다른 장르에 비해 쓰기 쉬운「수필가의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을 쉽게 등단시키는 일부「그릇된 문예지」들이 수필계, 나아가 문단을 먹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엄청난 비평작업을 통해 이런 그릇된 수필계 구조까지 바로 잡겠다는『수필과 비평』도 그러나 창간호부터「약간 문장에 터가 있으나」「내용이 장황한 곳도 더러 눈에 띄었지만」등을 지적하면서도「서슴없이 당선작으로 민다」는 심사평과 함께 신인 4명을 배출하고 있다.
중진·중견시조시인 김제현·윤금초·유재영씨가 각각 발행인·편집인·주간을 맡아 펴내게 될『시조시학』은 그동안 시조졔 내부에서 이루어지던 시조비평에 전문평론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는게 특징.
김제현씨는『시조문학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당한 평가를 통해 한국시로서 시조의 위상을 확립함과 동시에 시조의 질로써 현대시와 당당히 맞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시조시학』은 박철희·장경렬씨등 평론가들을 편집위원으로 영입하고 창간호에는 이들의 본격시조시인론과 연구논문, 그리고 신작시조에 대한 평을 실을 예정이다.
현재 시조시인은 약 7백명이고 전문지로는 『정시조문학』『현대시조』『시조생활』『한국시조』등이 있다. 인구도 많고 발표지면도 많으나 시조계 역시 수필계와 같은 구조적 모순으로 문단의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심지어 번역부문에 이르기까지 각 장르를 망라한 대한민국문학상 수상대상에서도 제외되고 전통과 권위를 지닌 소위「고급 종합문예지」에서도 작픔 청탁을 거절하는 수필·시조졔의 자체 정화에이 비평전문지들의 역할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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