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회사 절대 들어가지 마라 ② ] "당신 말고도 일할 사람 줄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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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침몰하는 배에는 쥐들이 없다. 쥐들은 배가 침몰할 것을 어떻게 알까. 직장인들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다면 회사가 오래가지 못할 것을 예측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기야 그런 예지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 회사에 입사하지도 않았을 테지만.

요즘 같은 때 안정적인 직장이야말로 최고의 직장이 아닐까 싶다. 공무원 시험에 너도나도 달려드는 것도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직장을 잃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장수 기업의 비결이 있는 것처럼 단명하는 기업들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경영진이 무엇보다 변화에 민감한가, 둔감한가를 보면 이 회사가 장수할지 단명할지를 알 수 있다.

급변하는 트렌드를 따라잡기는커녕 따라가는 것조차 못하는 회사, 현재의 업종이 사양길을 걷고 있는 것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회사는 절대로 오래갈 수가 없다. 아마 그런 회사라면 똑똑한 직원들은 벌써 다 알아차리고 일찌감치 줄행랑을 쳤을 것이다.

대기업 부장으로 있다가 어느 보험사 임원으로 스카우트된 B상무가 “한때 상당한 파워를 자랑하던 회사였는데 내가 왔을 때는 거의 가망이 없을 정도로 회사가 망가져 있었고, 쓸 만한 직원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며 옛 명성만 생각하고 섣불리 이직을 결정한 것을 후회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보험사 역시 경영진들의 변화 불감증으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다.

쓸 만한 사람은 벌써 떠났다

얼마 못 가 문닫을 회사에 들어가는 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 구원투수가 돼 그 회사를 회생시키겠다는 용감한 생각이 아니라면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 해도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망가진 회사를 살려낼 수 있는 인재라면 어느 회사에 가서라도 진가를 발휘할 테니 아쉬워할 일도 아니다.

오래가지 못할 회사를 알아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아무리 잘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인재들이 떠나고 있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거나 갑자기 결원이 생겨 경력으로 입사 지원을 할 경우, 반드시 알아봐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전임자가 회사를 그만둔 이유다.

만약 그 이유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회사 쪽에 문제가 있어서라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임자는 침몰을 예감한 현명한 서생원이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들어가려는 회사나 현재 다니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는 경영진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를 봐도 알 수 있다. 경영진이 미래지향적인 경우는 분명 희망이 있다. 그들은 비전을 가지고 늘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며 현재 수익의 적잖은 비중을 연구개발(R&D)에 과감하게 투자한다.

그 회사의 수익 대비 R&D 투자 비중만 잘 살펴봐도 그 회사의 성장성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차세대 아이템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지 않고 현재의 사업 모델을 고수하는 경영진은 미래가 아닌 과거에 집착하게 마련이다.

이런 회사의 경영진은 언제나 창업 때부터 현재까지 이뤄놓은 성과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후배들에게 언제나 무용담을 들려주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한다. 그들은 얼마 남지 않은 근무기간에 모험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가 오래가지 못하는데 직원이 계속 근무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회사는 오래간다 해도 직원이 오래 다닐 수 없는 회사라면 그 역시 들어가서는 안 된다. 회사의 인재상이나 인사제도를 잘 살펴보면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회사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회사가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인재상은 다 좋은 얘기다. 하지만 그런 듣기 좋은 인재상이 아니라 정말로 회사가 직원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안정성은 회사 규모와 무관?

오래 다닐 수 없는 회사의 공통점은 직원을 대체 가능한 존재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언제든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다소 비인간적인 인사 개념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회사의 경영진과 관리자들은 언제나 “일할 사람은 당신 말고도 줄을 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툭하면 “회사 오래 다니기 싫어?”라는 말로 협박을 한다.

그들은 또 공정한 인사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인사위원회를 소집한다든지 감사기구를 통해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거나 그런 것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관리자도 있다. 이런 회사들은 부서장이 직접 부서원과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언제나 부서장에게 전권을 맡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회사들은 대체로 이직률이 높다.

안정성을 위협하는 회사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파벌이 심하다는 것이다. 학연·지연을 묻고 공채냐 특채냐를 따진다. 사내에 온갖 라인을 만들고 끼리끼리 모여 실력자를 찾아 줄을 대느라 정신이 없다. 누가 최고경영자(CEO)가 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승진 여부는 물론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아무리 실력이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도 주류가 아니면 오래 버틸 수 없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안정적이라고 알려진 회사일수록 이런 파벌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안정성은 실적으로 평가받지 않고 어느 정도 봐준다는 다소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런 회사들이 그동안 안정성이 높은 직장으로 알려진 것은 바로 파벌을 통해 보호받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믿고 있다. 대기업은 회사가 크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듯하고, 공기업은 국가에서 주는 일감을 고정적으로 받고 있으므로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것으로 직업 안정성이 100% 보장된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런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더 큰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기업과 공기업의 안정성은 이들 기업이 가지고 있는 보수적인 성향 때문이다. 보수성은 배타적인 성향과 일맥상통한다.

그룹사 간 인력 이동이 잘 일어나지 않고 한 공기업에서 다른 공기업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만두는 경우가 드물기는 하지만 한 번 그만두면 끝이다’라는 불안감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의 고용불안과 형태는 달라도 강도는 더 심할 수 있다.

M&A 대상 가능성도 타진

회사 자체의 성장성도 중요하지만, 업계에서의 위치나 경쟁사와의 관계도 안정성 판단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자신의 회사가 현재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해도 인수합병(M&A)에 노출돼 있는 경우에는 안심할 수 없다.

특히 피인수 기업이 될 경우에는 합병 후 구조조정의 사정권에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M&A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만큼 업계 동향을 면밀히 체크하면서 정보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

물론 안정성이 직장 선택의 최우선 기준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차피 평생직장은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요즘은 교수직도 예전처럼 처음부터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고 계약직으로 임용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안정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더라도 나머지 조건이 아주 매력적이라면 일단 입사하거나 계속 다니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예컨대 1년을 다니더라도 파격적인 연봉을 받기로 했다면 한몫 챙겨 다른 길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여기서 근무한 경력이 더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면 전략적으로 입사를 결심할 수도 있다.

이임광 임성은 기자 llkhkb@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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