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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성생활(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아담과 이브의 자손들이 번성하면서 지상에 악이 충만하고 인간이 날로 타락해가자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한 것을 후회하고 세상을 멸망시키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노아는 의로운 사람이었으므로 노아 일가만은 남겨놓기로 했다. 하느님은 노아로 하여금 방주를 만들게 하여 그들 부부와 자식들을 그 배에 타게 하고 모든 생물 한쌍씩을 싣게 했다. 그리고 40일동안 주야로 비를 내리게 하여 땅위의 모든 것을 쓸어버렸다. 그후 노아의 후손들은 야훼의 축복을 받아 번성을 누리게 되었다. 이것이 성서의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이야기다.
인간사회가 악을 치닫게 되면 사람들은 흔히 지구의 멸망,혹은 종말을 떠올리면서 「노아의 방주」를 인용한다. 창세기에서의 대홍수는 이 시대에는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가,최후로 살아남게 될 노아는 과연 누구인가,이것이 문제일 것이다.
12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카내베랄에서 발사돼 7일간의 우주여행에 들어간 우주왕복선 엔데버호는 마치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해 이땅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부를 비롯한 7명의 승무원외에 잉어·개구리·말벌·파리 등 여러가지 생물들이 동승한 것이다. 그래서 「우주 노아의 방주」로 불리기도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 인간의 성생활은 가능한가,가능하다면 임신·출산은 어떻게 되는가,섹스행위의 만족도는 어떨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연구는 7,8년전부터 이뤄져 왔다. 이 연구에 따르면 무중력 상태에서의 섹스는 지상에서의 섹스보다 월등한 만족감을 주게 될 것이라고 한다. 척추가 곧게 펴지고 혈액의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우주선은 노인들을 위한 사랑의 유람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최근의 여론들은 우주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하늘의 에로티시즘을 조장한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행성에 「식민지」를 만드는 것이 인류의 영원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섹스의 문제가 뒤따르는 것이 어쩐지 창세기의 「노아의 방주」와는 거리가 먼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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