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배구조에 영향은 없어=삼성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짜여 있다<그래픽 참조>. CB 발행이 무효라는 이번 법원 판결이 났어도 이미 발행된 CB는 취소할 수 없다. 취소하려면 발행 6개월 안에 주주 등이 소송을 내야 하는데 시효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 하지만 삼성은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삼성이 지배구조를 바꾸는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압력성 훈수'를 했다. 하지만 재계와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는 개별 기업과 주주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배구조의 좋고 나쁨은 경영 결과가 말해주는 것이지, 획일화된 기준에 따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그래픽>
◆ 삼성생명 상장도 딜레마=삼성생명 상장 시기도 삼성의 고민이다. 삼성은 옛 삼성자동차 부채를 놓고 채권단과 진행 중인 소송 때문에 삼성생명을 상장해야 할 판이다. 삼성차 채권단은 2005년 12월 삼성을 상대로 약 5조원을 내라는 소송을 냈다. 1999년 6월 이건희 회장이 삼성차 부실에 도의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삼성생명 주식 350만 주를 내놓았지만, 이것이 현금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을 낸 것이다. 삼성생명을 상장하면 주식을 팔 수 있어 소송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상장을 하면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된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현행법상 기업의 자산 중 금융회사 주식이 전체의 50%를 넘으면 금융지주회사가 된다.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주당 약 75만원 선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돼 386만 주(19.3%)를 가진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법에 따라 자회사인 삼성생명은 비금융사 지분을 가질 수 없게 돼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7.3%를 2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 자연히 순환출자는 풀리지만, 당장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져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된다는 게 삼성의 우려다.
권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