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운하 이슈화는 성공했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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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광주에서 점화된 한나라당 정책토론회는 한반도 대운하를 정책 공방의 핫이슈로 키웠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이다. 이 전 시장이 10개월가량 지지율 1위를 지켜온 배경에는'청계천'이란 브랜드가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이 전 시장 측은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1등 자리를 확고하게 지켜줄 '대박 상품'이 돼 주길 기대하고 있다.

29일 토론회에선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줄곧 쟁점의 핵심이 됐다. 맞수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물론 홍준표.원희룡.고진화 의원 등 군소 주자도 일제히 한반도 대운하를 공격했다. 그런 면에서 논쟁을 이끄는 이슈화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토론을 지켜본 유권자는 대운하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의 8일 조사에 따르면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찬성은 46.3%, 반대는 38.4%였다. 찬성 쪽이 좀 더 많았다.

그러나 토론회가 끝난 후 실시한 조사에서 결과는 역전됐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공약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33.8%인 반면 '반대한다'는 대답은 37.6%로 나타났다.

찬성률이 이 후보의 지지율(39.3%)보다 낮았다. 더구나 토론을 직접 지켜봤다는 유권자 사이에선 찬성 32.1%, 반대 50.2%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여러 요인이 맞물려 있다.

29일 실시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26%가 방송을 직접 시청했거나 뉴스 등을 통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누가 가장 토론을 잘했느냐는 질문에 박 전 대표라는 응답이 30.3%, 이 전 시장이란 응답이 23.8%였다. 이 전 시장 지지자 가운데서도 29.6%는 박 전 대표가 가장 토론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또 '3위 이하 후보 효과'도 작용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3위 이하 후보들이 1위나 2위 후보를 공략함으로써 1, 2위 선두 다툼에 영향을 주는 게 3위 이하 후보 효과다. 이번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한반도 대운하를 매섭게 비판한 홍준표 의원의 토론 내용이 이 전 시장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21.8%였다. 반면 박 전 대표에게 불리했다고 본 사람은 8.9%였다.

앞으로 남은 세 차례의 정책토론회와 향후 경선 과정에서 3위 이하의 군소 후보들이 1, 2위 간 격차를 좁히는 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나라당 경선은 이제야말로 제대로 불붙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토론의 영향이 결정적으로 지지 후보를 바꾸는 것까지 연결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조사 결과 이번 토론회를 보고 지지 후보를 바꿀 생각이 들었다는 유권자는 7.5%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부근 여론조사전문기관 디오피니언 소장

◆5월 31일자 6면 '안부근의 대선 표심읽기-이명박, 대운하 이슈화는 성공했지만…'이란 제목의 기사 중 29일의 정책토론회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공약에 대해 반대한다는 대답이 찬성한다는 대답보다 높게 나왔다는 조사 결과가 여론조사 기관인 '디 오피니언'의 조사로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는 중앙일보의 자체조사 결과였음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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