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소탕 앞장선 이 여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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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탈리아를 움켜쥐고 있는 거대한 범죄조직 마피아. 마피아에 의한 끔찍한 조직범죄가 이탈리아 전역에서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한 여성이 마피아와의 전쟁을 지휘하는 총책을 맡게돼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48세의 여판사 릴리아나 페라로. 이탈리아정부는 지난달 27일 페라로판사를 마피아 관련사건수사를 총지휘하는 법무부형사부 총국장으로 임명했다. 여성이 이 중책을 맡게된 것은 이탈리아 역사상 처음 있는 일.
이 자리는 몇 달전 마피아조직에 의해 목숨을 잃은 지오반니 팔코네판사가 맡았던 자리라는 점에서 그의 등장은 더욱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마피아의 본거지인 시칠리아에 머무르면서 마피아 관련사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마피아 사냥꾼」이란 별명까지 얻었던 팔코네판사는 지난 5월23일 팔레르모공항 부근에서 폭발물사고로 숨졌다. 그의 활동에 불안을 느낀 마피아 단원들이 그가 탄 자동차에 폭발물을 설치하는 바람에 부인 경호원 3명과 함께 졸지에 목숨을 잃은 것.
이탈리아 남부의 살레르노 태생인 페라로는 지난70년 26세의 나이로 법조계에 투신한 이래 유럽공동체(EC)의 테러 및 범인인도문제 책임자로 일하는 등 요직을 맡으며 조직범죄 수사 경험을 쌓았고, 금년 1월부터는 팔코네총국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마피아사건 수사에도 깊이 관여해 왔다.
전임자인 팔코네판사의 방식을 좇아 마피아 척결에 최선을 다하겠다』 그의 다부진 취임 일성. 하지만 그는 하루평균 세명이 마피아조직에 의해 목숨을 잃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팔레르모에 상주했던 팔코네판사와는 달리, 수도인 로마를 근무지로 택해 여성다운 조심성을 보여주고 있다. 문어조직(마피아)의 머리가 로마에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 『머리를 잘라버리기 위해서는 사법적 접근보다는 정치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전임자와는 색다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여 주목.
하루 24시간 경호원에 둘러싸여 지내야 하는 위험하고 거친 자리를 맡게된 그의 활약에 마피아로부터의 해방을 바라는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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