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 지급결제 허용" 자통법 최대 걸림돌 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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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의 최대 걸림돌인 증권사의 지급 결제 문제가 허용 쪽으로 결론이 났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놓은 돈(고객예탁금)을 자유롭게 송금이나 자동이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신 한국은행의 요구대로 증권사에 대한 일부 검사권을 한은에 주고, 증권사들도 개별적으로 은행 지급결제망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혔다.

29일 정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한국은행.금감위원회의 합의 내용을 국회 재경위에 보고한 뒤 다음 주 중 공식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자통법의 다음달 임시국회 통과가 유력해졌다.

◆ 고객은 편리해져=현재 증권사는 제휴 은행의 가상계좌를 통한 입출금만 가능하다.자통법이 통과되면 증권계좌에서 직접 송금이나 자동이체를 할 수 있어 고객들은 더 편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도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고객을 더 끌어들일 전망이다.

이번 합의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있었다. 당초 재경부는 각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을 대표기관으로 은행 지급결제망에 접속하는 간접방식을 채택해 법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결제 안정성이 떨어진다며 이 방안을 반대해 왔다.

이에 따라 새로운 합의안에서는 각 증권사들이 개별적인 전산시스템을 통해 은행 지급결제망에 접속하는 직접참여 방식을 택하고, 이들 증권사를 상대로 한은이 자료제출 요구권 등의 준(準)검사권을 갖도록 했다.

재경부가 한은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다음 달 자통법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이달 말까지 국회 재경위에 한은과의 합의안을 제출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몰린 때문이다.

재경부는 6월 임시국회에서 자통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대선.총선 등 복잡한 정치일정에 표류하다 17대 국회의 임기 만료로 법안 자체가 자동 폐기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 중소 증권사들의 반발=증권업계는 직접 참여 방식이 도입되면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증권연구원 송민규 연구위원은 "증권사가 은행 지급결제망에 직접 참여하려면 금융결제원에 수십억원을 내야 하고, 유지보수 비용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협회 임종록 상무는 "자본력이 약한 소형 증권사들은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간접 참여방식이 허용돼야 한다"며 "한국은행에 준다는 자료제출 요구권도 금감원 권한과 중복되는 만큼 '검사 의뢰 권한' 정도로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희.손해용 기자

◆ 자본시장통합법=증권거래법·선물거래법 등 기존 6개 법률을 통합한 법률로 자본시장 규제를 합리적으로 바꿔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대형화·전문화를 촉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분량으로는 국내 법률 중 최대 규모이며, 조문 수(449조)로는 민법·상법·통합도산법에 이어 네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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