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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워크홀릭 … 보행로 개선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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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요즘 중앙일보가 펼치고 있는 '아름다운 중독-걷기' 캠페인 관련 기사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건강에 관심은 많지만 운동할 엄두를 못 내는 현대인에게 걷기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일보의 캠페인을 계기로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다시 걷기를 시작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참에 우리가 한 가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보행 환경을 개선해 장애인도 걷기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바쁘고 귀찮아서 걷기를 실천하지 못한다면 장애인은 걷고 싶어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만드는 보행 환경이 문제가 된다. 질주하는 자동차들, 이동을 방해하는 수많은 보도 턱, 인도를 점령한 불법 노점상, 도로 위의 간판들, 가파른 경사로, 공사를 위해 파헤쳐 놓은 도로, 공중화장실 문제 등은 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요소다. 장애인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보행 환경은 그만큼 위험하고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장애인에게 걷기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일상적 삶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문제이기에 보행 환경 개선은 매우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 장애인의 입장에서 보행로를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장애인에게는 지팡이.안내견.휠체어 등이 눈과 발이다. 따라서 보행 환경의 개선이란 단지 두 발로 걷는 데 편리한 환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이들을 안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이다.

쾌적하고 안전한 보행 환경은 장애인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린 아이.노인.임신부.건강상의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걷기에 동참하고 그 안에서 건강과 기쁨을 누리게 할 수 있는 기초가 되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시기가 중요하다. 중앙일보의 이번 캠페인은 우리나라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 걷기를 생활화할 수 있는 매우 획기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경면 부산장신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