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허찌르는 질문 없어 흥행 기대 못 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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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2007 정책비전대회가 29일 광주광역시 5·18 기념문화관에서 열렸다. 대선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공정·정책·상생 경선을 다짐하는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진화·원희룡·박근혜·이명박·홍준표 후보. 광주=조용철 기자

29일 한나라당 토론회를 지켜본 전문가 세 명에게서 관전평을 들었다. 여성 앵커 출신 방송인 백지연씨는 후보들의 질의답변 행태를, 중앙일보 김정수 경제 전문기자는 후보들의 경제철학을, 토론회 사회자인 엄길청 경기대 교수는 현장의 후보들에 대해 얘기했다.

한나라당의 경선 흥행이 먼저 시작됐다. 1회 방영은 150분. 29일 한나라당 5명의 경선 후보들은 정책 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청중과의 공개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다. 청중은 국민, 첫 주제는 경제다.

스피치의 백미(白眉)는 토론이다. 긴장감 속에 청중의 관심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정책 핵심을 제대로 알리고 동시에 상대방의 허를 찌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는 긴장감 넘치는 흥행이란 면에서는 낙제 점수였다.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토론 형식이 너무 느슨했다. 또 후보들이 날카로운 질문보다는 자신의 선전에 더 치중하는 듯한 질문 행태를 보이거나 핵심 파악이 덜 된 듯한 준비 부족에 있었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주요 이슈가 되리라는 것은 미리 파악된 것이었지만 공약의 주인공도 그 공약이 왜 '대단한' 것인지에 대한 설득에 실패했고 다른 후보들도 날카롭게 핵심에 접근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후보 5명의 커뮤니케이션 행태를 개별 분석해 보자. 관전평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평가 기준이 있어야 한다. 우선 메시지와 비언어적 요소로 나눠 볼 수 있다. 메시지를 세분하면 전달력.공격능력.방어능력이라는 세 가지 잣대로 분석할 수 있다. 목소리나 태도.제스처.의상 등이 비언어적 요소에 속한다.

토론회의 가장 큰 관심은 누가 뭐라 해도 역전을 노리는 박근혜 후보와 대세 굳히기에 나선 이명박 후보의 대결이었다. 이 후보는 창의 이미지가 아닌 방패의 역할을 해야 했고, 박 후보는 방패가 아닌 날카로운 창이 되어야 했다.

대체적으로 이 후보는 논리적 방어와 더불어 감성적 방어에 비교적 원만한 점수를 기록했다고 할 수 있다. 창보다는 부드러운 방패가 되고자 했던 전략은 웃음 띤 표정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의 "대통령 임기가 5년인데…"라는 반격에 "한나라당은 연속해서 집권할 거니까"라고 응수한 대목에선 감성적 방어능력과 함께 임기응변 능력도 돋보였다. 그러나 이 후보의 방어점수를 깎은 것은 역시(?)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홍준표 후보의 저격수 역할에서 나왔다.

토론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해 "배가 물에 빠진다면 식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느냐"는 '쉽고 핵심적' 질문에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이 후보로서는 청중을 향해 가장 피부에 와닿는 설득을 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반면 박 후보는 대역전을 위한 논리적 공격력의 날카로운 창끝을 보여 주거나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는 다소 역부족이었다는 인상이다. 질문과 답변 내용에서도 강력함이 아쉬웠던 데다 카메라 워킹(카메라가 움직이는 동선)을 계산하지 못한 듯 질문을 던진 뒤 자신의 자료를 훑어보며 고개를 숙인 모습을 자주 보여 준 것은 역시 강력한 이미지 메이킹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홍 후보는 나름대로 선전했고, 고진화 후보는 윤활유 역할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세배를 했던 원희룡 후보는 "민주의 성지인 광주에 벅찬 사명감을 안고 섰다"며 입을 열었지만 그의 존재감은 그가 매고 나온 희미한 색의 넥타이만큼 희미했다.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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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중앙일보 경제연구소 소장

1950년

[現]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교수

1955년

[現] 백지연아카데미 대표

196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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