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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하지 말고 'DD족'이라 불러주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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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자영업자 김길동씨가 평소처럼 청바지와 셔츠 차림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씨처럼 외모에 신경 쓰고 젊게 사려는 40~50대 DD(Dandy Daddy)족이 부쩍 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자영업자 김길동(43)씨는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 대신 청바지와 셔츠 차림으로 출퇴근한다. 레이저로 피부를 가꾸는 시술도 3주에 한 번씩 받는다. 밤마다 세안과 클렌징도 빠뜨리지 않는다. 남성 잡지를 읽으며 스타일을 연구하는 것도 주요 일과 중 하나다. 김씨는 3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해 자기 사업의 기반을 잡았다. 그는 "나 자신을 위해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아내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40~50대 중장년층 남성들 사이에 외모에 신경쓰고 젊게 살려는 DD(Dandy Daddy.멋쟁이 아빠)족이 늘고 있다. 가장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자신을 가꾸고 챙기는 데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신세대형 남성들이다.

DD족 바람은 패션에서 먼저 불었다. 2~3년 전부터 화려한 셔츠와 청바지, 벨벳 재킷 등 파격적 스타일의 인기가 중년 남성에게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신 의류 매장에선 펑퍼짐하고 무난한 '아저씨 점퍼'를 찾는 중년 남성이 줄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관계자는 "고가의 고급 청바지를 찾는 중년 남성이 하루에도 4, 5명이 되며 이 중에는 60대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매장에선 자신의 고급 화장품을 사려는 중년 남성도 쉽게 볼 수 있다. 기초 화장품인 스킨부터 아이크림.에센스.마스크 팩 등을 한꺼번에 사는 일괄 구매형이 많다고 한다.

운동 방식도 달라졌다. 무조건 러닝머신에서 뛰면서 뱃살을 빼지 않는다. 오크우드 호텔 피트니스 클럽의 트레이너 김영삼씨는 "옷맵시가 잘날 수 있도록 어깨.등.팔 운동을 하는 회원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 "중년 남성의 개인 의식 성장"=DD족을 구성하는 40, 50대 중년 남성은 한국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다. 경제력도 있어 최대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이들의 지갑을 노린 기업들의 마케팅 열기도 뜨겁다.

중앙대 주은우(사회학) 교수는 "DD족은 외환위기 이후 직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왕따당하는 '아버지의 위기'를 탈출하면서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유교 중심의 서열주의와 집단주의가 약해지면서 '나'라는 주체를 발견한 것"(연세대 사회학과 김왕배 교수)이라는 평가도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 김기태 대표는 "기업에서 구조조정의 주요 타깃인 중년 남성이 살아남기 위해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고 변화를 모색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 많아=이들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본지가 취업포털 커리어에 의뢰해 직장인 189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해보니 절대 다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열정이 느껴져서 좋다'(37%), '멋지다'(17%), '친근하게 느껴진다'(14%) 등의 의견(74%)이 많았다. 반면 '부담스럽다'(10%) 등 부정적인 시각은 25%였다.

40대 이상의 남성 직장인 중 '나는 DD족'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26.3%였다. DD족이 아닌 이유에 대해선 '비용이 부담돼'(31.9%),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해'(29.7%), '패션 감각이 없어서'(25.2%) 등이 꼽혔다.

이종찬 기자 <jong@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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