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의 맛과 멋 한국서 느껴 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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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남단과 도산대로를 잇는 신사동 대로변은 트렌디 레스토랑이 밀집한 곳이다. 작년 10월, 웨스틴조선 호텔은 이곳에 소리소문 없이 뉴욕스타일 레스토랑‘그래머시 키친’을 오픈했다.
 
# 신사동 속 작은 뉴욕
그래머시(gramercy)는‘고맙다'‘정말 대단한데’라는 뜻의 영문 고어다. 웨스틴조선 관계자는 “트렌드를 앞서간다는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을 철저히 벤치마킹했다”면서“고객에게‘감사하는’마음으로‘대단한’맛과 분위기를 선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웨스틴조선은 경력 15년 이상의 소믈리에 겸 지배인과 주방장을 뉴욕에 수개월 파견했다. 심지어 호텔 임원진까지 가세해 뉴욕의 맛있다는 레스토랑은 빠짐없이 훑으며 맛을 익혔다.
이 곳의 이귀태 주방장은 “하루에 10곳 이상의 레스토랑을 찾아 다녔다. 배가 꽉 차면 주변을 뛰어다니다가 들어가 먹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뉴욕스타일이 아무리 좋더라도 우리 입맛에 맞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
‘뉴욕 맛 탐구’결과를 토대로 모든 주방장이 머리를 맞대 독특하면서도 맛깔스런 메뉴를 만들어냈다. 이를 호텔 직원들이 시식한 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만을 엄선해 내놓았다.
그러다보니 그래머시의 요리 종류는 간단하다. 샐러드ㆍ피자ㆍ파스타ㆍ메인요리 등 항목별로 5~6가지가 전부다. 하지만 무엇을 고르더라도 후회가 없다. 굳이 인기메뉴를 고르자면 애피타이저로는 제주도에서 직송한 다금바리에 허브ㆍ올리브 오일 소스를 가미한 카르파치오가 별미다.
메인요리로는 최상등급 한우를 참숱에 올려 겉은 바삭바삭하면서 육즙이 넉넉한 더티스테이크가 대표적이다.
 
# 모던함이 패션피플과 비즈니스맨 부르다
간결하나 꽉 찬 요리의 느낌은 인테리어에도 이어진다. 건물 입구에 그 흔한 간판 하나 눈에 띄지 않는다. 단지 건물의 층별 안내판에 이름이 조그맣게 새겨져 있을 뿐이다. 하지만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내부의 웅장함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8m에 달하는 천장 높이는 입이 벌어지게 만든다.
1ㆍ2층 복층 구조로 1층은 일반 테이블, 2층은 프라이빗 파티나 소규모 문화행사가 가능한 30석의 공간이 있다.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국내 분더숍과 부산 웨스틴조선 로비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 구이도 스테파노니가 디자인했다. 이탈리아 조형작가 아서더프의 로프를 이용한 아트워크가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져 실내를 더 높아 보이게 만든다.
여느 트렌디 레스토랑과 달리 이곳의 주고객은 30~40대 남성이다. 2~3명씩 모여 진지한 얼굴로 와인을 마시며 얘기를 나눈다.
홍재경 지배인은 “금융권 관계자ㆍ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비즈니스 장소로 자주 찾는다”고 소개했다.
이는 최상급 식재료 사용과 더불어 최종 주문시간을 여느 레스토랑보다 1시간 가량 늦춘 밤 10시30분으로 정한 것도 한몫했다.

# 웨스틴 조선, 호텔의 틀을 깨다
음식이 맛있는 호텔은?
호텔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 상당수가 웨스틴조선을 꼽는다. 시청 앞이라는 지리적 여건 덕에 정부 고위직이나 대기업 임원들의 회동자리로 애용되다 보니 자연스레 음식에 신경을 많이 쓴 까닭이다.
따라서 웨스틴조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맛에 관한한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코엑스에 론칭해 강남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와인&뷔페 레스토랑 비즈&바즈도 그렇고 이탈리아 레스토랑 나인스게이트나 베키아 앤 누보도 그렇다.
그래머시는 여기에 내실 있는 와인리스트를 보탰다. 소믈리에로 웨스틴조선에서 14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홍재경 지배인 덕분이다. 홍 지배인은 “요리에 맞춰 엄선했음에도 보유하고 있는 와인이 150종이 넘어버렸다”고 자랑한다.
그래머시를 한마디로 정의해달라고 주문했다. 홍 지배인은 “이름 그대로 대단한 곳”이라고 잘라 말했다. 맛과 분위기, 여유와 자유가 멋들어진 조화를 이루는, 레스토랑 그 이상의 공간이란다. 문의 02-512-1046 www.gramercykitchen.com

프리미엄 윤경희 기자[annie@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choi3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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