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의 힘은 콘텐트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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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중앙일보 본사를 방문한 톰 컬리(58.사진) AP 회장은 '미디어 빅뱅'시대에 신문.방송 겸영 제한 등 매체의 사업 영역을 나누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29~31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서울 디지털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신문과 방송,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모든 미디어 포맷이 융합되는 디지털 시대에 40~50년 전에 만들어진 제도로 매체를 구분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톰슨사가 로이터를 인수하고, 뉴스 코퍼레이션이 월스트리트 저널을 사들일 뜻을 밝히는 등 미디어 업계에 불고 있는 인수합병(M&A) 열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디어 업체의 덩치가 커지면 독자나 사용자들에게 콘텐트를 보급할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진다는 것이다. 컬리 회장은 또 '미디어 빅뱅'시대에 미디어가 살아남으려면 시청자나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콘텐트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뉴스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미디어 융합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트 이용자의 입맛에 맞게 뉴스를 만들어 동영상이든 글이든, 사진과 결합된 형태든 이용자들이 가장 편안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P는 최근 몇 년간 새로운 플랫폼 개발에 수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뉴스를 제공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에는 뉴스를 발생 지역에 따라 국내와 해외로 구분했지만 이제는 뉴스를 찾는 독자의 요구에 맞춰 건강.과학.금융.스포츠 등 주제별로 나눠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독자가 주제별로 특화된 뉴스를 찾게 되면서 AP의 저력이 발휘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통신사인 AP의 가장 큰 장점은 텍스트와 사진, 오디오와 동영상 등 모든 형태의 콘텐트를 갖고 있는 것"이라며 "AP의 힘은 결국 콘텐트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풍부한 AP의 콘텐트를 널리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 아시아에서 여러 협력 관계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콘텐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그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용자 제작 콘텐트(UCC)와는 약간 거리를 뒀다. 그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반인이 경쟁력 있는 콘텐트를 생산할 수 있게 됐고, 다른 미디어 그룹에서는 이에 주목하고 있지만 주요 언론사에 콘텐트를 제공하는 AP가 추구하는 모델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체결과 관련, 국내 미디어 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하자 "처음 한두 해는 어려움을 겪겠지만 큰 시장에 들어가 경쟁력을 쌓으면 결과적으로 한국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한국 정부가 정부 부처의 기자실을 통폐합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국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해 좋다, 나쁘다 말할 수는 없지만 언론인의 눈으로 볼 때 비밀스러운 정부는 나쁜 정부"라며 "투명한 정부가 건강한 정부"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 톰 컬리 회장=1972년 가넷 로체스터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85년 유에스에이 투데이 사장을 지냈다. 그 후 98년 가넷사의 수석부사장을 거쳐 2003년 6월 AP 회장에 취임했다. 회장이 된 뒤 AP를 전통적인 뉴스 통신사에서 디지털 글로벌 뉴스 네트워크로 변모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 AP(Associated Press)=1846년 문을 연 세계 최대의 통신사로 121개국 1만5000여 개 신문사와 3500여 개 뉴미디어 업체에 뉴스를 타전한다. 지난해부터 조인스닷컴의 '조인스TV'는 AP의 24시간 뉴스 방송인 APTN이 제작한 동영상을 서비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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