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정대철 고문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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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에서 2차 집단 탈당을 주도하고 있는 정대철 상임고문은 28일 "범여권이 연말 대선에서 패배하면 내년 총선에서도 270 대 30으로 참패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 고문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범여권이 대선에서 지면) 1960년대 구(舊)민주당이 선거에서 압승한 뒤 구파-신파로 분열돼 여야로 나뉜 것처럼 한나라당이 자기 분열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 내에서 (대선에 승리한 쪽이) 여당이 되고 (진 쪽이) 제1야당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비극적 상황을 앉아서 지켜만 볼 수는 없다"며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7월 말까지는 대통합 신당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DJ의 '훈수 정치'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DJ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 DJ가 오죽 답답했으면 전면에 나서겠는가. 본인이 얼마나 속이 탔으면 그런 얘기를 하겠는가. 범여권이 (대통합해) 잘만 하면 정권 재창출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갔다간 (범여권은 없어지고) 한나라당에서 야당이 나온다."

-연말 대선에서 DJ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연대 가능성이 있나.

"노 대통령은 원래 실용주의자다. 노 대통령이 '대세를 따르겠다'고 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도 의원들이 다 통합으로 움직이면 본인도 대세를 따랐을 것이다. DJ 본인도 (이해찬 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노 대통령과 힘을 합치면 잘될 것'이라 하지 않았나."

-대통합 신당은 친노 그룹도 같이하는 것인가.

"물론이다. 굳이 배제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본인들이 원하면 통합 신당에 참여할 수 있다. 생각해 보라. 한나라당과 대통합 신당으로 구도가 만들어졌는데 (친노 그룹이)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할 리가 없다."

-친노 그룹에선 이해찬 전 총리를 대선 주자로 거론하는데.

"이 전 총리도 대세를 따를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건재하면 후보로 나올 수도 있겠지만 열린우리당이 찌그러들기 시작하면 나서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열린우리당 내 일부를 통합에서 제외하는 배제론을 주장한다.

"그분도 생각을 바꾸지 않겠나. 최고의 원군인 DJ가 (그와) 생각이 다르다."

-집단 탈당이 말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

"열린우리당을 보라. 한정치산자(심신이 박약해 판단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였는데 지금은 금치산자(심신 이상으로 판단력 자체를 잃은 상태) 선고를 받기 직전이다. (탈당을 준비하는 이들은) 마음으로 이미 하나가 됐다. 곧 가시화될 것이다."

◆ 정 고문 그룹, 30일 탈당시기 논의=정 고문은 이날 오전 자신의 여의도 사무실에서 열린우리당의 김덕규.문학진.강창일.채수찬.이원영.박명광 의원 및 이미 탈당한 유선호 의원 등과 만나 30일 회의를 열어 열린우리당 탈당 시기를 6월 14일 이전과 이후 중 언제로 할지 결정키로 했다. 이에 앞서 이들 의원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 등 정 고문 그룹 23명은 전날 저녁 모임을 갖고 대통합 신당을 위해 집단 탈당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창당 준비 모임을 결성키로 했다. 정 고문은 29일 오전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방문할 예정이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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