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과 어울리듯 남북 한데묶자”(남북 여성 평양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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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 여성 즐긴다는 백두산 들쭉주로 건배/환영단에 인민배우 문예봉씨 끼여 눈길
○…남북여성토론회 첫날인 1일 오후 8시30분∼11시 우리 대표단은 북측 대표단장 여연구씨가 주최하는 모란관 환영연에 참석. 이미 한국대표단은 오후 3시쯤 쏟아지는 비를 무릅쓰고 평양 문수대거리의 평양산원,5시쯤 북새거리의 김정숙탁아소를 방문한바 있다.
여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잠깐 만나도 마음에 남는이 있네」란 노랫말로 남북여성 사이에 그동안 쌓인 정겨움을 표시하고 백두산 둘쭉술로 건배할 것을 제의.
들쭉술은 백두산 고지대에서만 나는 머루 비슷한 산과일로 담그는 과실주로 알콜도수가 5도밖에 안되고 달콤해 특히 여성들이 즐긴다고.
이어 우리측 이우정대표는 『여성들이 시집가서 다른 가족과 어울려 살듯 통일도 그렇게 여성들이 나서서 갈라진 남북을 묶자』며 다시 건배.
○…식사를 마친 연회 참석자들은 이어 오후 10시부터 1시간가량 왕재산 경음악단이 연주하는 가운데 노래·무용 등 공연을 관람.
김정일비서의 태어남을 기리는 여성독창 『들으시라 그날의 감격을』로부터 시작한 공연은 한복차림으로 처녀총각의 사랑을 표현한 로봇춤 비슷한 『춤추는 인형』,흰 짧은 드레스차림의 발랄한 여성 4인의 무용 『처녀시절 꽃시절』 등과 역시 김 비서를 향한 노래 『사랑의 미소』 등으로 꾸며졌는데 노래와 춤 모두 아주 경쾌한 것이었다.
이중 『처녀시절 꽃시절』이란 무용은 까르르 웃음소리로 시작하는 「처녀시절 꽃시절/처녀는 웃음도 많아/아침에도 호호호/저녁에도 호호호/전차공처녀야 웃음일랑 아껴라/굴진공 그 총각 영웅탄부 되는 날/웃음가득 노래가득/사랑도 안겨주자」란 노래를 옮긴 것. 북측 안내원들은 이 노래가 탄광지역 처녀총각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고 설명.
참석자들은 모두 손에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하는 것으로 연회를 마무리.
○…우리대표단을 안내하는 북측 환영단 가운데 인민배우 문예봉씨(75)가 들어 있는 것이 확인돼 눈길.
『임자없는 나룻배』 『나그네』 등 영화로 남쪽의 올드팬에게 낯익은 그를 우리측 이우정대표가 알아보고 『문 선생 영화를 옛날에 많이 보았다. 여전히 늙지 않고 곱다』고 인사하자 『수령님 배려를 받고 사는데 왜 늙겠느냐』고 응수.
○…평양시내 곳곳은 『민족과 영웅』이라는 연작영화 간판이 곳곳에 걸린 모습.
현재 7부까지 나왔다는 이 영화는 원래 『내 나라 제일로 좋아』란 노래를 들은 김정일비서가 이를 영화로 만들 것을 지도한데 따라 만들어졌으며 재독 음악가 윤이상씨 등 조국을 떠나서도 조국을 안잊고 사는 이들의 인생을 회고하는 내용이라고.
평양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이 영화가 『조선영화의 얼굴』 『지금까지 나온 최고작』이라며 자랑.
○…토론회가 열리는 인민문화궁전은 북한의 대규모 공연시설의 하나.
평양시 최고 중심가인 천리마거리 보통문 기슭 부지 8만평에 지상3층·지하1층·연면적 6만여평방m 규모로 7백여석의 소회의실·회담장·3천여석의 대회의실·연회장·소영화관 등 6백여개 방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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