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얘기할 때 아니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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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4분기 경제성장률 6%에 대한 상반된 해석은 지난 초여름에 일었던 경기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경제기획원이나 한국은행 등은 현재의 성장수준을 우리경제가 과열성장의 거품을 걷고 안정성장으로 정착하는 과정으로 보는 반면 업계는 대체로 정부의 지나친 긴축정책으로 성장감속이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만약 비관적인 시각이 우세할 경우 대통령선거를 앞둔 여야정당들이 경기급냉을 정치적으로 풀어가려는 의도가 강하게 나타나 자칫 부양책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지난 8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2분기 경제성장률은 지금까지 높은 성장에 길들여져 왔던 우리에겐 확실히 경제생활의 위축된 상황을 통계적으로 확인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률 둔화는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과열현상을 나타냈던 서비스업과 건설업의 생산이 내리막길로 접어든데 크게 연유한다. 그동안 정부가 고집스럽게 이끌어왔던 총수요관리정책에 힘입어 물가는 안정추세를 보이고,제조업의 성장률 및 수출증가율이 개선되었으며,비관적으로 전망해왔던 국제수지 적자도 점차 개선폭이 확대되는 징조가 엿보인다.
이러한 긍정적인 시각은 6%대의 성장이 구조조정으로 보기엔 지나치게 침체의 정도가 심하므로 통화와 재정부문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주장과는 상충된다.
가장 견실한 성장의 주역이 되어야할 제조업은 수출증가에 힘입어 지난 1·4분기의 7.8%보다 높은 8.6% 성장을 보였다. 정부는 이를 제조업경쟁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증좌로 본다. 그러나 경제계는 경영인들의 투자마운드를 반영하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작년 12%에서 올해 1분기에 8%,2분기에 4%대로 줄어들고 있어 경기대책에 결코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와 업계간의 이같은 상반된 해석을 어떻게 조화시켜 가면서 바람직한 정책을 시행해 나가느냐가 최대의 관심사다. 정부는 금년초부터 경제안정화 시책을 제1의 정책으로 내세웠다. 건설·서비스 주도의 성장을 제조업 주도의 성장으로 방향을 트는데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체질을 바로 잡고 성장잠재력을 키워나가는데도 노력했으나 다만 실속있는 설비투자를 유도하는데는 아직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긴축은 어느 누구나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모두 물가안정을 요구하다. 이율배반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불안이 가중될수록 정부는 재정과 통화긴축으로 국민생활의 안정을 찾는 길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우리는 지난 82년과 90년의 적절치 못한 경기부양책에 의해서 얼마나 많은 코스트를 지불해왔는가를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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