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주전부리도 서양 입맛에 밀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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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젊은층 크레페·와플 등 즐겨/풀빵·떡 등 먹을거리 사라져
길거리 주전부리 음식마저 서양입맛에 밀린다.
어린이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던 값싼 거리음식인 풀빵·호떡 등 전통(?)적인 먹을거리 자리를 요즘들어 크레페(crepe)·와플(waffle) 등 이름조차 생소한 서양음식이 파고든다.
크레페는 밀가루·우유·버터 등을 섞어 종이와 같이 얇게 구운뒤 고객의 입맛에 따라 아먼드·키위·파인애플 등을 배합,원뿔모양으로 말아 먹는 프랑스식 간식.
4월초 서울 대학로·이화여대 앞에 체인점 형태로 처음 등장한 크레페노점은 젊은 고객들로 매일 호황이다.
값은 개당 1천원으로 대학로의 경우 하루 판매량이 무려 7백∼8백개.
『크레페는 손님이 제조과정을 직접 볼 수 있고 영양가도 높은데다 젊은층의 입맛도 세월 따라 변하면서 날개돋친듯 팔리는 것 같아요.』
이 직영점을 운영하는 김승현씨(33)의 말.
와플도 최근 젊은층·주부 등에게 큰 인기를 얻고있다. 지난해 지방에서 먼저 생겨나 북상,서울에서만 5백여개의 체인점이 성업중이다.
주한미군의 아침 메뉴로 애용되는 와플은 벌집모양으로 구워낸 원형과자에 생크림·사과잼을 발라 먹는 일종의 파이.
가격이 고급호텔에서는 개당 4천원이지만 노점에선 5백원으로 신촌로터리 홍익서적 앞 등 목이 좋은 노점의 경우 하루 4백∼5백개가 팔리고 있다.
이같이 젊은층의 가로음식 선호도가 바뀌면서 전통 먹거리인 풀빵·호떡 노점상은 신촌 등에선 아예 자취를 감추고 있는 실정이다.
성균관대 신방과2년 김은숙양(22)은 『같은 노점이라도 설비나 분위기가 보다 세련되고 깨끗해 보여 인기를 끌고 있지만 서양식 패스트푸드가 우리 젊은이들의 입맛까지 바꿔 놓으면서 전통먹을거리를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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