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건강 안과 - 독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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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또는 운동을 오래하면 몸이 피로하고 근육 통증을 느끼게 된다. 눈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책을 읽거나 컴퓨터 모니터를 볼 경우 피로해진다. 눈 피로가 심하면 눈의 통증ㆍ두통ㆍ시력저하 등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안구가 성장하는 청소년기에는 눈의 피로가 근시를 앞당기는 역할을 한다. 눈의 피로가 고도근시(보통 -6 또는 -7디옵터 이상의 도수인 근시)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장시간의 독서는 외안근 피로 유발=장시간 독서를 할 때 눈에 생기는 피로 중 대표적인 것으로 조절 피로를 들 수 있다. 이는 눈의 조절근이 피로를 느끼기 때문에 생긴다.
안구 벽에 붙어 수정체와 연결된 조절근은 수축 때 수정체를 앞뒤로 볼록하게 만들어 초점을 모은다. 그런데 책을 오래 보면 조절근이 수축한 채로 있게 돼 피로를 느낀다.
어릴 때부터 조절근의 피로가 누적되면 근시가 생기고, 성장기에 안구 성장과 함께 근시 진행속도가 빨라져 고도근시에 이른다. 안구 성장이 끝난 청년기에도 근시가 계속 진행되고, 장년기에는 조절력 장애가 생겨 노안이 빨리 온다.
조절 피로를 예방하려면 독서 때 40∼50분마다 쉬면서 10분 정도 창 밖의 먼 곳을 봐야 한다. 이렇게 하면 눈의 조절근이 충분히 이완돼 피로를 막을 수 있다.
근시는 먼 곳은 잘 안 보이지만 가까운 곳은 조절력의 도움 없이도 잘 보이는 상태다. 적당한 근시가 있을 경우 안경을 벗고 독서를 하는 것이 눈의 피로를 예방하는데 좋다.
-3디옵터 이내의 근시가 있는 학생이라면 책을 오래 볼 경우 안경을 벗고 맨눈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경을 끼고 책을 보면 조절근의 수축이 필요하므로 조절 피로가 생겨 근시가 악화할 수 있다.
둘째, 장시간의 독서는 외안근(눈동자를 움직이는 근육)의 피로를 유발한다. 눈을 좌우로 움직이는 근육이 장시간 움직이지 않으면서 피로해지는 것이다. 사람의 몸이 오래 움직이지 않고 서 있으면 경직되는 것과 같다.
특히 사시(눈의 검은동자가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돌아가 있어 정면을 보지 못하고 다른 곳을 보는 것)나 간헐성 사시(간헐적으로 한쪽 눈이 바깥쪽으로 돌아가는 사시)가 있는 경우 책을 읽을 때 활자가 겹쳐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책ㆍ컴퓨터 모니터를 볼 때는 눈 자주 깜박여야= 정상인도 눈 앞의 한 점을 오래 주시하면 눈의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외안근이 피로해져 나타나는 증상이다.
독서를 할 때는 눈의 좌우 움직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장시간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피로증상이 있게 된다.
따라서 눈을 쉴 때 안구를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외안근을 이완시켜야 한다.
셋째, 독서중에는 눈 깜박임 횟수가 줄어 안구 표면이 건조해지고 각막(눈 검은자) 표면에 미세한 상처가 생길 수 있다. 우리 눈은 보통 15초마다 깜박인다. 그런데 책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볼 때는 눈 깜박임이 1∼2분에 한 번으로 줄어들면서 안구 표면의 수분이 증발해 건조증이 생긴다.
눈이 건조하면 충혈되고, 눈물 층이 없어진 각막 표면에는 미세한 상처가 생긴다. 이 상처가 자극을 받으면 눈이 시리고 눈물이 난다.
따라서 책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볼 때는 의식적으로 자주 눈을 깜박거리고 가끔 눈을 세게 감아줘야 한다.
눈 주위를 둘러싼 뼈를 가볍게 누르는 식으로 지압을 하면 눈물 분비가 늘어 눈 표면을 보호할 수 있다. 눈이 건조하게 느껴질 때는 인공눈물을 한두 방울 넣고 1∼2분 정도 눈을 감는 것이 좋다.
좋지않은 독서 환경도 눈의 피로를 초래할 수 있다. 책을 눈에 너무 가까이 붙여 읽던가, 활자가 너무 작아도 쉽게 피로해진다.
어두운 곳이나 움직이는 차 안에서 책을 볼 때도 피로도가 높아진다. 책을 읽는 자세가 바르지 않아도 피로가 생긴다.
일상생활에서 책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습관으로 유발되는 증상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눈을 바르게 사용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눈 건강에 좋은 영양분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부상돈
강남연세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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