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배상금 못줘 공신력 먹칠/예산 바닥… 석달째 지급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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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청서 아예 반려하기도/25% 연체이자 붙어 국고낭비 초래
국가의 잘못으로 인한 피해를 돈으로 배상하는 국가배상금 예산이 바닥나 3개월째 지급이 중단되는 바람에 비상금 신청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31일 법무부·서울지검산하 서울지구배상심의회에 따르면 올해 법무부에 책정된 국가배상금 예산 34억원이 6월 중순께 모두 지출돼 3월째 배상금 지급이 중단되고 있으며 연말까지 45억원의 부족액이 누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사태는 배상금 산정 기준이 되는 일용노동임금 등이 상승,배상액이 늘어나는 추세인 반면 예산은 80년대말부터 거의 동결돼 매년 되풀이되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30억원의 부족사태를 빚었었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들은 『국가에 의해 억울한 피해를 당한 당사자가 배상금 지급 늑장으로 또다시 피해를 보게돼 국가배상 판결의 효력과 국가기관의 공신력·권위가 실추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실태=서울지구배상심의회의 경우 6월18일 이후 접수된 69건 9억1천만원에 대한 배상금 지급이 중단되고 있다. 특히 37건 15억여원은 담당직원의 만류와 당사자들의 포기로 신청접수조차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지구에서는 올들어 3백14건 19억9천여만원이 지급됐다.
이같은 배상금 예산 부족으로 일선 담당직원들은 아예 신청된 서류를 반려하는 사례까지 있어 당사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특히 배상금 미지급분에 대해서는 연리 25%의 연체이자를 물어야하고 주한미군 범죄와 관련된 한미행협사건의 경우 미군당국을 상대로한 75%의 구상권 행사가 늦어져 국가의 예산낭비까지 초래하는 상황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부족예산은 추경이나 연말 예비비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며 『내년엔 예산을 증액토록 요청하고 있으나 반영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국가배상금=국가를 상대로한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거나 국가배상 신청에서 배상 결정을 받은 당사자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청구하며 국가는 신청후 늦어도 2주일 이내에 배상금을 지급토록 규정하고 있다.
배상금 지급 대상사건의 주종은 주한미군 범죄인 한미행협사건이며 나머지는 경찰관에 의한 폭행,최루탄·총기사건피해,도로관리 하자사건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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