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대륙의 경제대국 “야망”(NAFTA 이후의 멕시코:5·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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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거대시장 겨냥 자유무역협정 주도/인접국들도 경제블록화 대비 호응
멕시코가 캐나다에서 칠레까지의 전미주대륙을 자유무역지대로 묶어 그 중심역할을 하며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
멕시코의 이같은 대야망은 최근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과 중남미 여러국과 체결했거나 추진중인 자유무역협정으로 상당부분 이미 실현돼 가고 있다.
멕시코정부는 지난해 10월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데 이어 베네수엘라·콜롬비아·페루·에콰도르·볼리비아 등 5개 안데안(ANDEAN)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올 연말까지 체결할 예정이다.
특히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와는 별도의 자유무역협정을 추진중이다.
○이미 5개국과 체결
NAFTA가 체결된지 10일만인 21일 멕시코는 온두라스·과테말라·니카라과·코스타리카·엘살바도르 등 중미 5개국과 96년까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키로 합의했다.
니카라과수도 마나과에서 6개국 무역장관들이 공동발표한 이 합의는 국가간 교역에 관세를 철폐함으로써 상품과 서비스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파나마도 곧 합류할 것으로 알려져 7개 중미국 전부 참여하는 기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멕시코가 남미 안데안 5개국과 추진중인 자유무역협정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멕시코는 이밖에도 지난해 과달라하라에서 중남미 21개국 정상회담을 주도,이 지역 스페인·포르투갈어 사용권(이베로 아메리카)의 경제협력방안과 세계경제의 블록화 대응방안을 모색했고 지난 7월엔 2차회담을 가졌었다.
멕시코는 이밖에 미국경제권에 있는 카리브 17개국과도 자유무역을 추진할 계획으로 있다.
한편 남미지역에서는 브라질의 주도로 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등이 다이아몬드형 자유무역지대 설정을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 포함된 아르헨티나는 이미 멕시코와 자유무역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현재 멕시코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거나 합의한 나라는 중남미 주요국 21개국 가운데 13개국이나 된다.
이는 곧 멕시코가 미 대륙의 경제 및 무역중심지로의 부각과 아울러 대륙전체가 멕시코를 연결고리로 자유무역지대화하고 이를 토대로 범 미주자유시장이 탄생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다.
카를로스 살리나스대통령을 비롯한 멕시코 정부관리들은 미주국가들과의 다변적인 자유무역협정이 범 미주자유무역지대화의 전단계임을 숨기지 않고있고 조지 부시 미 행정부도 NAFTA외에 중남미 16개국과 13개 영어권 카리브해지역 국가들과 자유무역을 추진,범미주 자유무역구상의 실현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리적 이점 활용
미 대륙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자유무역협정네트워크 구상은 88년 집권한 살리나스대통령의 경제개발계획에서 비롯됐다.
미 하버드대출신인 그 자신과 경제보좌관들이 멕시코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한 경제·무역 중심지로서의 발전에 착안한 것이다.
이들은 미주대륙의 한복판에 위치한 멕시코가 자유무역협정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되면 생산 및 무역기지로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멕시코의 이 구상은 중남미국가들이 경험한 지난 20년간의 경제후퇴와 세계경제의 블록화 위협때문에 관련국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멕시코가 자국과 자유무역을 체결할 중미국가들에 원유수입대금의 20%를 저리융자해 주는 조건들을 내세운 것은 자유무역에 대한 멕시코의 의지를 설명해 주는 한편 많은 나라들이 이에 응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서도 부추겨
과거역사와 대미국민감정으로 대미접근을 쉽게 하지 못하고 있는 많은 중남미국가들이 멕시코를 통한 합류를 촉진하고 미국은 또 이들 국가들의 대미접근을 수용하기 위해 멕시코의 역할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와 움직임이 미주대륙에서 멕시코를 경제·무역중심지로 끌어올리기 시작했으며 미 대륙의 세력판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멕시코시티=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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