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브라질 상파울루|인종 전시장...남미 최대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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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상파울루는 브라질뿐만 아니라 남미에서도 가장 큰 도시다.
1554년 포르투갈의 예수회 선교사들이 첫 삽을 꽂은 이래 불과 1백년 전까지만 해도인구가 3만명 남짓하던 이 도시에는 오늘날 1천2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로 북적대고 있다.
1870년대에 접어들어 코피재배 농민들이 모여들면서부터 도시가 변신을 거듭했다는 기록을 보면 상파울루와 코피의 깊은 연관을 느끼게된다.1880년대에는 코피생산지로서 리우데자네이루를 앞서더니 5년쯤 뒤에는 기타산업으로도 능가하고 1960년대에는 인구수로도 앞지른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가 아름다운 해안과 구릉으로 조화된 자연미로 빚어진 신의 걸작품이라면 상파울루는 사람들의 의욕적인 삶이 이룩해낸 다양성의도시다. 거주하고 있는 인종만도 90여종이나 된다하니 그들의 생김새, 그네들의 생각과 문화 만해도 이미 획일성과는 거리가 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상류층은 백인종>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인구가 많은 브라질에서는 곁 모습만으로는「전형적인 브라질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공통성이 없다. 15세기이후 포르투갈의 식민지를 거치면서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자리를 옮긴 여러 종족들이 혼합돼 있기 때문이다. 본래 자리를 잡고있던 인종은 물론 인디오들이다. 침략이후 유럽인들이 이 땅에 들어오고 그들에게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들이 뒤섞이며 인종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일본을 비롯한 이주민들이 가세한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아무튼 이들 혼혈집단은 갈등도 있었지만 서로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며 세대를 거듭하면서 혈통은 범벅이 되기 시작한다. 피부색도 새까만 사람부터 약간 검은색, 짙은 밤색, 거무스름한 색, 황색, 노리끼리한 색, 희 벌건 색 등으로 다양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편을 나눌 수도 없고 여행객입장으로는 더더군다나 뭐와 뭐가 합쳐진 것인지 종잡을 수 없게 됐다.
심지어 백인처녀와 결혼한사람이 애를 낳고보니 흑인 비슷한 모습이 나와 알아보니 할아버지 대에 문제가 있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이처럼 다양하게 섞여 이루어진 사회라는 사실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긴다. 인종에 대한 편견도 거의 없을 정도다. 그렇지만 피부색깔이 흴수록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경향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대략 구성원을 보더라도 백인집단이 전 인구의 60%가 조금 넘고 혼혈된 갈색집단이 약30%,흑인집단이 10여%,아시아계가 1%쯤 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통일되지 않은 다양성과 포용성은 상파울루의 매력이기도 하다. 결국 혈통의 흐름과 역사를 바꾼 외세침략은 브라질사람들에게 오히려 위협적인 침입자가 아니라 경제에 보탬을 주었던 가능성의 존재였던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쑥쑥 뻗은 고층건물들 숲에서 여행객들은 생김새가 아니라 옷차림으로 구분된다. 각양각색의 초대형 도시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 있다보면 사람이란 뭐니뭐니해도 역시 사람 곁으로 모이게 마련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상파울루 시민들이 몇 년 전 투표를 해 가장 인기 있는 명소로 선정한 곳이 미국식으로 하면「상파울루 애비뉴」라는 뜻의「아베니다 파울리스타」다. 폭30m에 약3km의 대로를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은 빌딩 숲이다. 재계와 경제인들의 집합체로서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에까지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는 산업연맹 체가 들어선 삼각형모양의 독특한 빌딩을 비롯해 세계 각 국의 은행, 최고급 호텔들이 밀집돼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가장 큰 규모인 마스피 미술관도 이 거리에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 탈취한 예술품들로 가득한 유럽지역의 대 박물관들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지만 브라질 유명화가는 물론 고흐나라파엘 등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또한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극장가도 있는데 이름 있는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거나 뭔가 집회가 열릴라치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한바탕 정열적인 춤과 알콜 축제가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2O여 년 전부터 진출하기 시작한 한국교민들도 상파울루의 한목에서 큰 자리를 잡고 있다. 호세파울리누 지역과 후아다 그라사 지역이 바로 그곳. 이 일대 상점들은 90%정도가 의류 상이 주종을 이루는 한국인 가게들인데 전에는 기차정거장으로 쓰이던 건물도 공동으로 사들여 의류도매상가로 개조해 놓았다.
<KAL 10월 취항>
특히 그동안 미국측이 이원권을 주지 않아 우리나라 비행기가 남미취항을 못했으나 최근 협상이 마무리돼 지난7월에는 브라질 바스피 항공이 취항했고,9∼10월께 에는 대한항공이 취항을 준비중이어서 교민사회는 한층 더 활기를 띨 전망이다.
어느 도시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상파울루의 밤에도 술과 쇼가 있다. 아에로안타, 팔라디움과 같은 나이트클럽 비슷한 분위기의 화려한 쇼 무대가 있는가 하면 가라오케도 있고 값이 싼 바들도 여행객들을 즐겁게 한다. 꼭 리우와 같은 분위기의「보아치」는 아니지만 가볍게 윙크를 보내며 원가를 기대하는 눈치를 노골적으로 보내는 술집들도 여행객에 갈등을 느끼게 해주는 곳임에 틀림없다.
이밖에도 부탄탄 독사연구소는 뱀에 관한 한 세계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곳이어서 들러 볼만한 명소이며 브라질의 역사와 풍물을 한꺼번에 훑어 볼 수 있는 이파랑가 박물관, 콘크리트 숲 사이로 산재한 수많은 녹색의 공원들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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